단기외채 줄었지만…외국인투자 이탈 조짐

입력 2016-02-25 19:15  

한국은행 '2015 국제투자대조표' 잠정치 발표

대외 건전성 개선
단기외채 비율 11년내 최저
순대외채권 1년새 640억달러↑

자본유출 우려도 커져
금융시장 변동성 심해지며 외국인 증권투자 7년 만에 감소



[ 김주완 기자 ] 한국의 단기적인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단기외채비율이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에서 받아야 할 돈과 갚아야 할 돈의 차이를 나타내는 순대외채권도 1년 새 600억달러 이상 늘었다. 대외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증권 투자액은 글로벌 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해 급격한 자본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외채권은 늘고 채무는 줄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25일 ‘2015년 말 외채 동향 및 평가’ 보고서와 ‘2015년 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를 각각 발표했다.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이 외국에서 받을 대외채권 잔액은 7197억달러로 2014년 말(6836억달러)보다 361억달러 늘었다. 반면 한국이 갚아야 할 대외채무는 3966억달러로 1년 전보다 278억달러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순대외채권은 3232억달러로 전년(2592억달러)보다 640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외채권·채무 통계에는 상환 만기와 금리가 정해진 대출금과 차입금, 증권 투자 금액 등이 포함된다.

대외채무 중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는 작년 말 1087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77억달러 줄었다. 전체 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5%로, 전년도와 같은 수준이다. 단기외채를 준비자산(외환보유액)으로 나눈 비율인 단기외채비율은 29.6%로, 2014년 말(32.1%)보다 2.5%포인트 낮아졌다. 2004년 말(27.3%)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

단기외채는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한 번에 국내에서 빠져나갈 우려가 높은 자금이다. 단기외채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외환보유액이 늘고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감소와 수출입 둔화로 무역신용이 줄어든 것도 대외 건전성 지표들을 개선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입이 감소하면서 외국에 지급해야 할 무역신용 채무액(신용장 거래비용)은 전년보다 41억6830만달러 감소했다. 수출 감소로 무역신용 채권액도 36억5580만달러 줄었다.

외국인 증권 투자 잔액 감소

하지만 외국인의 증권투자액 감소 추세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잔액은 5519억달러로 전년 대비 394억달러 줄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돌발 악재로 금융시장이 지금보다 더 크게 흔들릴 경우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 매력 저하 등 거래 요인으로 투자액이 2008년 이후 처음 감소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2011년과 2014년에도 전체 외국인 증권투자액은 감소했지만 거래 요인에 따른 투자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다만 거래 요인에 따른 투자 감소액은 73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전체 감소액의 18.5% 수준이다. 2008년에는 같은 이유로 259억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홍경희 한은 국외투자통계팀 차장은 “전체 감소액의 80%가 넘는 321억달러는 원화 가치 하락과 증시 부진 등 비(非)거래 요인에 의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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