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서울대 석좌교수보다 포스텍 석학교수?

입력 2016-02-26 16:40   수정 2016-02-26 21:27

'교수 정년연장' 발상의 전환 필요


임지순 서울대 교수가 포스텍(포항공대)으로 옮겨 3월 새 학기를 맞는다. 임 교수는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물리학자’로 평가받는다. 교수 한 사람이 대학을 옮길 뿐이지만 학계 관심이 높았다.

임 교수는 서울대 교수 중에서도 몇 안 되는 석좌교수다. 이력이 화려하다. 서울대 전체 수석입학·수석졸업 후 계산재료물리학이란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했다. 한국 물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과학학술원(NAS) 외국인 종신회원으로도 추대됐다. 당연히 서울대도 임 교수의 이동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포스텍에선 그를 석학교수로 영입했다. 양쪽의 무게를 달아보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차이가 있다. 지난 2009년 서울대가 석좌교수 제도를 도입할 때 처음 임명된 임 교수는 올 8월 65세 정년을 맞아 퇴임해야 한다. 반면 포스텍은 석학교수에게 70세까지 교수직을 유지하며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러한 현실적 여건 차가 자리를 옮기는 중요한 요인이 됐을 것이다.

‘테봅?tenure)’란 정년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영년직 교수를 가리킨다. 지금처럼 교수업적평가가 강화되기 전 테뉴어를 받은 일부 교수는 ‘철밥통’ 노릇을 했다. 논문 한 편 안 써도 정년보장이 돼 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교수 승진·재임용 요건이 강화됐다. 연구 안 하는 교수, 실력이 떨어지는 교수는 설 자리가 없도록 캠퍼스도 바뀌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단 발상의 전환은 필요하다. ‘정년연장’은 어떨까. 연구력이 뛰어난 교수, 미래먹거리를 만들어낼 생산성 높은 연구자를 나이를 잣대 삼아 은퇴자로 만들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정년을 늘려 연구환경을 보장해준다면? 요건은 엄격하게 잡되 기준을 통과하면 정년연장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물론, 철밥통 교수는 예외다.

이화여대의 경우 연구업적이 뛰어난 교수는 65세 퇴임 후에도 70세까지 강의·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63~64세에 심사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으면 정년 후 초빙석좌교수로 임용하는 내용이다. 사실상의 정년연장인 셈이다.

연구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꾸준함은 국내 연구지원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소위 연구단절 현상을 우리나라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구조적 요인으로 꼽는 이도 많다. 스승과 제자가 대를 이어 연구해 수차례 노벨상을 받은 이웃 일본과 대조된다.

한 지역거점국립대 보직교수는 “3~5년짜리 연구과제를 맡은 교수가 도중에 정년을 맞으면 지원이 끊긴다. 퇴임 후에도 연구교수 등의 지위를 보장해 연구를 이어가도록 하는 보완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겨들을 맨?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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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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