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 못한 지상파 위상
광고 매출 하락·플랫폼 개발 부진
케이블 출연은 '잘나간다' 인식돼
[ 김보영 기자 ]
올해 데뷔 30년차를 맞은 베테랑 배우 김혜수는 tvN 드라마 ‘시그널(사진)’에서 여형사 차수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데뷔 이후 첫 케이블 방송 출연이다. 김혜수는 KBS 드라마 ‘직장의 신’ 이후 3년 만의 방송 복귀작으로 케이블 방송을 택한 이유로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고, 감독의 연출도 신선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경쟁력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지상파 드라마가 아니어서 고민은 됐지만…’ 같은 케케묵은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았다.
케이블 방송에 이미 나왔거나 나올 계획인 스타 목록은 길다. 김고은은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 출연하고 있다. 자칫하면 데뷔작 ‘은교’의 폐쇄적·예술적 이미지에 갇힐 뻔했던 그는 갈색 파마머리의 발랄한 여대생 홍설 역을 맡아 이미지 ?탓?성공했다. 같은 채널에서 올여름 방영할 예정인 드라마 ‘굿 와이프’에는 전도연이 나온다. 그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11년 전 SBS 인기작 ‘프라하의 연인’ 이후 처음이다.
예전에는 작품이 아무리 마음에 들더라도 케이블 채널이면 배우와 소속사가 망설이게 마련이었다. 지상파는 유일한 ‘메이저리그’였다. 케이블 채널에 출연하는 것 자체를 ‘한물간 배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판도는 극적으로 바뀌었다. 중견 배우들이 앞다퉈 출연에 응하고, 안방극장 복귀작을 케이블 드라마로 택할 만큼 케이블 방송의 위상이 올라갔다. 주목받는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오히려 ‘트렌디’하고 ‘잘나간다’는 신호가 됐다. 지상파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는 이유다.
지난 2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2014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 자료는 지상파의 고조된 위기감에 기름을 부었다. 자료에 따르면 tvN과 엠넷, OCN, 온스타일 등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보유한 CJ E&M의 2014년 방송 광고 매출은 2868억원으로 2005년(650억원)보다 34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22% 떨어졌다. KBS와 MBC, SBS 등의 광고매출은 2014년 1조8976억원으로 총액은 여전히 많지만, ‘지는 해’ 신세임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의 먹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세 가지다. △지상파 다시보기(VOD·주문형 비디오) 판매 △지상파 재전송료(CPS) 수입 △광고다. 세 분야 모두 ‘전방위 공격’을 받는 중이다. CJ가 보유한 PP가 제작하는 프로그램, 72초TV 등 온라인 제작자들이 만드는 웹드라마 등이 새로운 인기 콘텐츠로 급부상하면서 지상파의 VOD 판매를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지상파들이 해마다 IPTV·케이블방송사업자(SO)에 올려달라고 주장하는 CPS와 관련해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적정가를 가입자당 월 190원이라고 판결했다. 그간 방송 플랫폼마다 280원을 받아 온 지상파는 최근 430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중이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방송사별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고들 한다. 2014년에는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대비하기 위해 SBS와 MBC가 주축이 돼 2014년 온라인 광고대행사 스마트미디어렙(SMR)을 세웠다. SMR에는 CJ와 종편 채널 등이 들어가 있지만 아군이라 부를 수는 없다. 오랜 CPS 분쟁으로 IPTV 등의 플랫폼은 지상파에 냉소적이다. 지상파로선 사방이 적들뿐인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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