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민주화와 저성장, 구조개혁으로 반전을

입력 2016-02-28 17:35   수정 2016-02-29 05:17

박근혜 정부 4년차 국정운영에 부쳐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성장·재산권·법치'
우파적 핵심 가치 빠진 취임사

시장개입 최소화
노동유연성 제고
시장중심 구조개편으로
경제 체질 변화 가능

국민의 '경제하려는 의지'가
최고의 자산



박근혜 정부가 출범 4년차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의 성과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취임사에 대한 복기(復棋) 이상의 중간평가 소재는 없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행복을 21회, 희망을 10회, 창조경제를 8회, 경제민주화를 2회 언급했다. 하지만 성장·번영·법치·재산권은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사 어디에도 우파적 핵심 가치는 없다.

‘국민행복’은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줄곧 내세운 정치구호였다. 행복은 주관적이지만 국민이 행복해지는 교집합은 존재한다. ‘경제의 충분한 성장’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성장률은 더 떨어졌다. 3년간(2013~2015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2.93%로, 3%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박근혜 정부에는 성장을 꾀할 전략적 사고와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수레(vehicle)에 대한 정책 구상이 결여돼 있었다. 국민행복론의 추상에 함몰된 채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의 도식적 사고에 젖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자. “경제 부흥을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나가겠으며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겠다”고 했다. 그리고 “창조경제를 꽃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는 논리적으로도 정합적이지 않고 더욱이 과거 회귀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3년차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유는 임기 3년차가 경제혁신을 꾀하기에 좋은 시점이어서는 아닐 것이다. 경제민주화에 취한 나머지 임기 3년차에 들어서야 비로소 혁신을 의제로 삼았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참신성과는 거리가 멀다. 3개년 계획은 ‘4대 부문 개혁’으로 압축된다. 공공·노동·금융·교육개혁이 그것이다. 하지만 전선을 넓히는 것은 현명한 접근이 아니다. 국가는 공공·금융·노동·교육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개조할 만큼 전지전능하지 않다.

개혁은 전략을 잘 짜야 한다. 가장 절실한 개혁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 개혁은 성공한 개혁에 의해 스스로 추동되도록 해야 한다. 개혁의 ‘모서리 돌(corner stone)’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적 상황에서 모서리 돌은 단연 노동시장 개혁이다. 하지만 노동개혁을 노사정위원회에 맡김으로써 결정적 패착을 범했다. 개혁은 이해의 절충이 아니다.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것이다. 독일의 ‘하르츠위원회’가 그랬다. 하지만 우리는 이해관계자에게 이해의 실타래를 풀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가 표류해 온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반전의 조짐이 발견된다. 취임사의 행간에 숨어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책임은 대통령이 지지만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백미에 해당하는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국민 책임’을 언급한 이 대목이다. 선택과 자기책임원리가 그 근저에 흐르고 있다.

규제완화, 공무원연금개혁,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등 자유주의 정책에의 회귀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경제의 외연은 정치다. 이념 문제에 분명한 선을 그음으로써 불필요한 정치 갈등을 불식시킨 것도 반전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옳은 결정이다. 개성공단은 순진한 발상에 희망적 사고가 더해진 오판이었다. 평화는 대화가 아닌 힘의 우위에서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의제는 ‘정부의 몸집을 줄이고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며 노조의 배타적 권한을 제어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시장 중심의 구조개편을 시도하면 우리 경제는 체질을 바꿀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 협조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설득할 핵심 메시지를 가져야 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사회는 없다”고 설파했다. 책임을 전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최고의 국민자산은 정치 지도자가 갖는 신념과 확신, 그리고 국민의 ‘경제하려는 의지’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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