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판 '알파고 vs 이세돌'
빅데이터·알고리즘 활용한 쿼터백투자자문
전체 운용 계좌, 1개 빼고 전부 '플러스' 수익
분산투자로 안정성 높다던 자산배분펀드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로 자존심 구겨
[ 허란 기자 ]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컴퓨터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세계 정상급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첫 대국이 다음달 9일로 다가온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자문가)와 펀드매니저 간 자산운용 대결에서는 로봇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겪은 와중에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 대부분 간판 펀드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펀드매니저 압도한 투자로봇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활용해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업체 쿼터백투자자문은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유치한 고객 계좌에서 평균 2%대 수익을 거뒀다고 28일 밝혔다. 쿼터백투자자문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은 뒤 작년 말 국민은행과 자문형 신탁상품을 출시했다. 양신형 쿼터백투자자문 대표는 “운용 중인 전체 계좌에서 한 개를 제외한 모든 계좌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로보어드바이저가 하락장에 취약할 것이란 우려를 털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계좌 수는 100개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주식형펀드 및 국내외 자산배분형 펀드의 수익률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833개 국내 주식형펀드는 -3.38%의 평균 누적 수익률을 냈다. 한국밸류10년투자(-3.82%) 신영밸류고배당(-0.73%) 메리츠코리아(-7.01%) 한국투자네비게이터(-1.23%) 등 국내 유명 주식형펀드는 같은 기간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 단일 자산으로는 대형주 중소형주 성장주 가치주 배당주 등 투자 스타일에 상관없이 하락장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글로벌 분산 투자로 안정성이 높다고 알려진 자산배분펀드도 자존심을 구겼다. 이 기간 36개 해외 자산배분펀드는 -6.73%, 61개 국내자산배분펀드는 -0.84% 수익률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국내외 자산배분펀드인 미래에셋인사이트(-11.04%) 삼성미국다이나믹자산배분(-4.27%) 블랙록글로벌멀티에셋인컴(-3.17%) 유리트리플알파(0.18%) 등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중위험·중수익 투자 수요 증가
쿼터백투자자문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낸 비결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한 사전적인 자산 배분에 있다. 경제지표 등 수만개의 데이터를 일정한 연산과 규칙에 따라 재배열해 매매 신호를 포착하는 알고리즘에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 오류를 점검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능을 더한 것이다. 조홍래 쿼터백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이사는 “투자로봇이 글로벌 자산시장의 하락 가능성을 포착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달러 금 장기 국고채 등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한 것이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주요 고객은 ‘얼리 어답터(조기 수용자)’ 성격이 강한 자산가들이다. 대부분은 은행 및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 소개로 1억원 상당의 자금을 맡긴 사람들이다. 수수료는 일반적 일임 계약의 20~30% 수준이다.
주로 자금이 몰리는 건 연 4~7%의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국내 및 해외 베타형 상품이다. 해외형은 채권 80%, 주식 10%, 대체자산 10%, 국내형은 채권 75%, 주식 13%, 대체자산 12%의 포트폴리오로 운용하고 있다. 개별 주식이 아닌 10여개의 자산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익률만 놓고 보면 변동성 장세에 어느 정도 대응 능력을 갖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투자 기간이 짧은 데다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몇 달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알고리즘
입력된 데이터를 일정한 연산과 규칙에 따라 재배열해 문제 해결을 도출해내는 절차를 말한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나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는 컴퓨터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스스로 오류를 점검할 수 있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가미한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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