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 "공포에 지갑 닫으면 진짜 위기"
☞ 중국의 경기 하강, 유럽과 일본 경제의 불안, 원자재값 약세에 따른 신흥국들의 위기…. 요즘 세계 경제의 단면들이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정부 지출을 확대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풀며,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는 정책금리(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금리)를 마이너스로까지 떨어뜨렸다. 그런데도 경기는 좀체 살아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진단할까. 그는 2000년 미국의 ‘닷컴 거품’과 2007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거품’을 미리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학자이기도 하다. 실러 교수는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연 ‘2016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각국이 장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렸지만 경기는 회복되지 않으면서 공포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며 “항생제를 다 썼는데도 병이 낫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심리적 공포’가 세계 경제를 침체 국면으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의 금융 부실 우려 등이 겹치면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장기 침체’란 단어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며 “불안한 미래 때문에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은 다시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러 교수는 최근 스위스 덴마크 일본의 중앙은행 등이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리를 낮춰 경제주체들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고 해서 투자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정책에 대해선 “정밀과학도, 만능도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실러 교수는 “현 경기 상황을 침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경기침체가 올 것인지, 또 온다면 언제 올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워 막연한 두려움에 빠지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미국의 기업 투자 등이 (오랜 침체를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등 긍정적인 면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러 교수가 이런 상황에 대응할 해법으로 꼽은 것은 경제주체들의 심리 살리기와 기업의 야성적 충동의 회복이다. 그는 “장기 경제 전망에 대한 두려움이 기업의 투자를 짓누르고 있다”며 “부작용이 큰 유동성 확대정책보다는 경제 심리를 우선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야생적 충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유럽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위기 극복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기보다는 기업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바탕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기업을 옥죌지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에선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에 나서는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 주도의 성장정책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성적 충동’은 거시경제학이란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연 경제학자 케인스가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1936)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인간은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본능에 따라 충동적으로 경제활동을 한다는 의미다. 케인스는 기업가의 ‘심리적 요인’이야말로 투자와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실러 교수는 자유로운 경영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없애 기업인들이 야성적 충동에 의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기업가의 야생적 충동
“세계 경제는 지금 침체 상태가 아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공포로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면 진짜 위기가 온다. ”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23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2016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 참석,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강조했다.
-2월24일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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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핵으로 등장한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현실화될까?
☞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문제가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이번엔 ‘브렉시트(Brexit)’가 유럽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브렉시트는 ‘Britain’과 ‘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한다. 브렉시트는 EU의 재정위기가 심화된 2012년 하순 영국에서 불거져 나왔다. 영국이 굳이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어 봤자 득이 될 게 없으니 차라리 탈퇴하자는 주장이다. 2013년 1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다보스포럼 참석 직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17년에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이슈로 급부상했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오는 6월23일로 확정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 결정 직후 나온 여론조사에서 EU 잔류(48%)가 탈퇴(33%)를 앞섰다. 하지만 탈퇴 여론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씨티뱅크는 “20~30%였던 브렉시트 가능성이 존슨 시장의 탈퇴 지지 선언 이후 30~40%까지 올랐다”고 밝혔다.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영국은 물론 유럽 전체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독일 연구기관 베텔스만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2014년 기준)의 14.1%인 3134억유로(약 42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닛산자동차, 다임러, 포드, HSBC홀딩스, 골드만삭스,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기업과 금융회사들은 “EU 잔류가 영국 경제에 최선의 길”이라며 브렉시트 저지에 나서고 있다. 만약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무역과 노동, 자본 거래 등에서 제한이 뒤따라 사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까지는 4개월 정도 남았다. 캐머런 총리가 국민을 설득하고 있지만 존슨 시장 등이 EU 이탈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2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한때 1.4058달러까지 하락했다.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유로화 대비 가치도 1.5% 감소했다.
- 2월24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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