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스펙 경기장 아냐… 즐겨라"
[ 김봉구 기자 ] “신입생 여러분은 ‘왜’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는 대학생활을 보냈으면 합니다. 물음표를 던지는 ‘왜’라는 단어는 ‘아하’라는 느낌표를 이끌어내죠. ‘왜’라는 단어엔 사유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세요.”
박웅현 TBWA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사진)는 29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입학식에 강연자로 나서 “이 자리에 있는 신입생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단어가 ‘스펙’이나 ‘취업’이 아니길 바란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이 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광고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대중에게 알려진 카피를 여럿 내놓은 인물.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사람을 향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진심이 짓는다’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등 유명 광고 카피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박 대표는 아들뻘 후배들에게 ‘왜’와 ‘갈증’이란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던졌다.
그는 “질문이 많았던 시대는 함께 생각이 커져갔다. 불행히도 지금은 질문이 없는 시대에 가깝다고 본다”면서 “중세가 신이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돈이 지배하는 시대 같다. 하지만 ‘왜’란 질문이 없이는 성공해도 불행하게 돈 많은 사람이 되고, 실패한다면 불행하게 돈 없는 사람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왜 대학에 왔는지, 왜 취업하고 싶은지 등을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취업이나 연봉이 아닌 자신을 중심축으로 삼아 돈을 좇지 말고 스스로를 좇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증이란 결핍이 있을 때 생기는 단어”라고 전제한 박 대표는 “갈증을 궁금증으로 바꿔보자.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의 짜릿함이 ‘아하’라는 느낌표가 될 것”이라며 “내가 지금 하는 행동, 바라는 바, 지향하는 점, 오늘의 나는 왜 여기 있는지를 계속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옆에 있는 동기들을 경쟁자가 아닌 축제를 함께 즐길 친구로 여기라고도 했다.
그는 “지금 이 자리는 취업 전선으로 나가는 경기장에 입장한 게 아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20대의 찬란한 축제를 같이 즐길 친구들”이라며 “많은 사람을 만나라. 그들의 장점을 보고 배우고 자극을 주고받으며 대학 4년을 보내라”라고 덧붙였다.
앞서 염재호 총장은 입학식사에서 “대학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무한한 상상력, 왕성한 호기심, 한없는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므로 이를 즐길 수 있는 대학생의 특권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염 총장은 또 “대학에서 정답이란 없다. 새로운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지식의 각축장이 바로 대학”이라며 “21세기는 공감의 시대다. 소통과 융합, 협업과 봉사를 통해 공동체를 이해하고 아픔을 공감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고려대 입학식에는 신입생과 학부모 7000여명이 참석했다. 최한진씨(전기전자공학부)와 전지민씨(영어교육과)가 신입생 남녀 대표로 선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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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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