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기 기자 ]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BM 인터커넥트 2016’에는 IBM의 해외 지사 및 고객사에서 2만5000여명이 참석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어떻게 구현할지를 제시한 자리였다.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 주최 측 초청으로 행사를 취재한 각국 주요 매체 기자만 100여명에 달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일본 기자단이었다. 총 10명 이상의 기자들이 현장 구석구석을 취재했다. IBM 측은 일본 기자단에 동시 통역 서비스까지 제공할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했다.
IBM에서 일본 사업 비중이 얼마나 큰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IBM의 지난해 매출은 약 9000억엔. IBM 전체 매출(817억달러)의 10% 정도로 해외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라고 한다. IBM은 최근 1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일본IBM은 3년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 폴 요나미네 일본IBM 대표는 버지니아 로메티 회장에게 수시로 직접 보고할 정도로 위상이 높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본IBM의 사업이 지속 성장하고 있는 건 적기 구조조정으로 성장의 디딤돌을 마련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직원들의 회계부정(2005년)과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로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일본IBM은 2012년 저성과자 해고를 포함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마침 그해 일본 정부가 추진한 재정 확대, 양적 완화, 구조 개혁 등 이른바 ‘아베노믹스’ 정책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IBM은 강도 높은 일본IBM 구조조정을 위해 외국인 최고경영자(마틴 예터)를 임명했다.
반면 한국IBM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2014년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논란 등 잇따른 악재로 홍역을 치렀다. 매출도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1조원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늦었지만 지난해 4월 취임한 제프리 알렌 로다 대표가 구조조정과 신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한국IBM뿐 아니라 국내 다른 기업의 구조개혁도 미진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 없이 매출 증대와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본IBM 사례를 통해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이호기 라스베이거스/IT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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