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하늘 위 사무실'서 일하는 국제중재 변호사

입력 2016-03-01 18:38  

"한 달에 절반은 비즈니스석에서 살아요"

싱가포르·프랑스·영국 등 국제 중재기관 출장 잦아
비즈니스석은 '제2의 사무실' …항공사들도 VVIP 특급 대우



[ 고윤상 기자 ] 새해 초인 지난 1월2일 0시55분 인천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KLM네덜란드항공 비행기. 비즈니스석 탑승객 대부분은 잠들 준비를 했지만 김갑유 변호사를 비롯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은 각자 가방에서 두꺼운 서류뭉치를 꺼냈다. 사흘 뒤인 5일부터 헤이그에서 열리는 론스타-대한민국 정부 간 국제중재재판 3차 심리를 위한 막바지 점검을 하기 위해서였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 부원장인 김 변호사는 론스타사건의 정부 측 대리인을 맡고 있다.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들이 바쁜 업무로 인해 비행기 안을 사실상 ‘제2의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다. 임성우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국제중재 업무를 하다 보면 일정이 몰려 급박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기내에서 짬을 내 전략회의를 하거나 못 본 서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철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고객이 변호사에게 비즈니스석을 끊沮?것은 쉬라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개인 공간이 확보된 비즈니스석은 보안이 필요한 문서를 검토하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변호사(케이엘파트너스 대표)도 “기내에선 전화를 받거나 이메일을 보지 않아도 된다”며 “업무 보기에 가장 편안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공사의 최우량고객(VVIP)은 탑승마일리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중동 등 해외 전문 변호사, 글로벌 로펌 소속 국제변호사와 더불어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의 탑승마일리지 누적이 두드러진다는 게 여행업계의 전언이다.

임성우 변호사는 쌓인 마일리지가 100만 이상인 고객을 뜻하는 밀리언 마일러(million miler)다. 임 변호사가 비즈니스석으로 체크인하면 담당 승무원은 임 변호사에 대한 ‘특별 인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먼저 기내 서비스를 총괄하는 사무장이 이륙 전 찾아와 인사를 건넨다. 승무원들은 김 변호사가 비행 중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은 없는지 끊임없이 살핀다. 비즈니스석이 가득 찼을 경우 VVIP 고객을 우선적으로 상위 좌석 등급인 퍼스트 클래스로 이동시켜 주기도 한다.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들이 자주 가는 도시는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빈, 프랑스 파리, 홍콩, 영국 런던 등이다. 모두 국제중재기관이 있는 곳이다. 특히 파리에 있는 ICA에선 김갑유 변호사가 부원장, 윤병철 변호사와 김범수 변호사는 위원을 맡고 있다.

임성우 변호사는 2013년 국제중재센터(SIAC) 중재법원의 초대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김범수 변호사는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증가할수록 다양한 지역의 국제 분쟁에 한국 변호사가 참여하게 된다”며 “국제중재 변호사들은 앞으로도 기내에서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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