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쟁, 시월드…세살 땐 몰랐던 스물 세 살의 소꿉놀이

입력 2016-03-02 19:24   수정 2016-03-03 10:31

= 다큐멘터리 영화 ‘소꿉놀이’ 리뷰

= 제10회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예술가 집안’에서 자유로운 삶을 보고 자란 23세 여대생 김수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뮤지컬 조연출, 통·번역 일을 하며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던 그녀에게 ‘사건’이 벌어진다. 임신 테스트기에 선명하게 두 줄이 그어진 것. 남자친구는 뮤지컬 배우 하강웅.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수빈은 계획에도 없던 출산과 육아, 시집살이의 세계로 입성한다.

딸 하노아가 태어나며 수빈의 꿈은 멀어져만 간다. 아이는 밤낮 없이 울어대고, 뮤지컬 번역 일을 위해 노트북 앞에 자리를 잡을라 치면 다가와 칭얼대기 일쑤다. 뮤지컬 배우인 남편은 생계를 위해 요리사가 되겠다며 일본 유학을 결정한다. 혼자 엄마, 아내, 며느리, 가장의 역할까지 맡게 되는 고난의 연속이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김수빈 감독(29)의 영화 ‘소꿉놀이’는 무려 6년간 자신의 일상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임신을 확인하고 고민하는 순간부터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여성의 삶’을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바라본 무거운 작품처럼 보이지만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하다. 엄마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순간부터 꿈에 젖은 웨딩마치, 시댁 입성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줌마’라고 불리는 순간, 청소 문제로 남편과 다투는 사소한 순간까지 빠짐없이 기록했다. 관객들 사이에선 ‘아니 저런 것까지 찍었어?’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노래와 애니메이션이 작품의 활기를 더한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극중 수빈의 캐릭터다. 시어머니에게 혼이 나면서도 또박또박 할 말은 한다. 엉망으로 어질러진 모습을 보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남편 강웅에겐 “나 원래 청소 잘 안 해. 오빠 그거 알고 결혼한 거 아냐?”라고 당당하게 되묻는다.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 누구보다 개방적이고 발칙하고 당돌한 ‘폭탄 며느리’ 수빈과 30여년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온 ‘베테랑 며느리’ 출신 시엄마 순천의 충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수빈의 임신 소식에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를 받아들인 따뜻한 시어머니지만, 갱년기를 겪는 가운데 아들의 방황을 지켜보면서 수빈과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소꿉놀이’ 속 시어머니는 ‘악녀’로 그려지지 않는다. 시어머니 역시 수빈과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한 여성으로 바라봄으로써 여성 간의 연대를 그린다.

작품은 ‘어쩌다 엄마’가 된 수빈의 눈으로 한국의 결혼제도, 육아, 시댁살이를 바라본다.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남편에게 “그럼 나, 김수빈으로서의 삶은 어디 있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여성 관객들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2013년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선보였던 25분짜리 단편 ‘웰컴 투 플레이하우스’의 확장판으로, 오는 5?6~15일 열리는 제10회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비전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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