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빠진 한국 게임산업

입력 2016-03-03 17:37  

밖에선 진입 장벽에 막히고…안으론'엇박자 정책'에 발목 잡혀

국가미래연구원 '산업경쟁력포럼'
자국시장 문 걸어잠근 중국…외국기업 게임서비스 규제
"규제 완화" vs "중독은 질병"…미래부-복지부 정책 혼선



[ 추가영 기자 ]
“게임산업이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국가미래연구원 주최로 3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산업경쟁력포럼’에서 “개발자들이 게임업계를 떠나고 있다”며 “위기란 말로도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는 권택민 가천대 게임대학원 교수가 ‘한국 게임산업 현황과 국제경쟁력 제고 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뒤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권택민 교수는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쟁 격화로 광고·마케팅 비용이 치솟고 있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기업은 고사위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강신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 권강현 서강대 교수,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관이 참석했다.

◆국내 시장 잠식하는 중국 게임

권택민 교수는 “중국 자본의 한국게임 시장 공습이 4~5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다”며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중국 자본 의존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중국 최대 게임 유통사인 텐센트는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 넷마블게임즈 지분 25%, 네시삼십삼분 지분 24%를 갖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뒤에도 중국 시장 진출 장벽이 여전한 것도 사업 걸림돌로 꼽혔다. 권택민 교수는 “중국의 인터넷출판서비스관리규정이 오는 10일부터 시행된다”며 “합작기업과 외국계기업의 인터넷 서비스가 금지되면 중국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신철 협회장은 “모바일게임 개발력이 중국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PC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한국 개발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게임 시장 내 경쟁 격화로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영국의 게임산업 세액공제, 프랑스의 게임산업 조세감면 등과 같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게임산업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을 ‘마약’ 취급하는 정부

참석자들은 중국이 자국 시장 문을 걸어잠그면서 자체 게임 개발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부처 간 엇박자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준희 협회장은 “문체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웹게임 규제를 완화하는 등 게임산업 육성책을 발표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보건복지부가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로 관리하?방안을 발표했다”며 “특정한 규제 자체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는 것이 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을 문화로 보지 않고 질병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좋은 인재들이 게임산업을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보근 콘텐츠정책관은 “‘게임 중독’이 아니라 ‘과몰입’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맞다”며 “복지부를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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