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 감사 선임 움직임
회사측, 감사위 설치 등 맞대응
[ 윤정현 기자 ]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감사 선임을 둘러싼 소액주주와 회사 측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일부 소액주주가 주주제안을 통한 감사 선임에 적극 나서자 회사 측이 감사위원회 설치나 감사 수 제한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속옷업체인 BYC는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 변경 건을 오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고 자회사에 대한 영업보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상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별도의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감사만 선임해도 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산이 6779억원인 BYC는 감사위원회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감사위원회를 꾸리려는 것은 소액주주들이 내세운 감사 선임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액주주들은 최낙금 전 공인노무사회 사무총장을 감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 변경안이 주총에서 통과되면 소액주주들의 감사 선임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대한제당은 감사 수를 줄이는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이 회사는 18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2명 이내의 감사를 두고 그중 1명 이상은 상근으로 한다’는 기존 정관을 ‘1인의 상근 감사를 둔다’는 내용으로 바꾸는 안건을 상정했다. 기존 상근 감사 외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는 감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반대표를 모으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로만손은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려다 소액주주들이 신규 감사 선임 관련 주주제안을 철회하기로 하자 지난달 정관 변경 안건을 삭제한다고 정정 공시를 했다.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가온전선 케어젠 등은 감사 선임과 관련한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은 없었지만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 변경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하고 표결 참여 주식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는 사외이사와 달리 감사는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있어 소액주주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들의 내세운 감사를 선임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상장사가 의무사항이 아닌 데도 굳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려는 것은 감사 선임과 관련한 소액주주들과의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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