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외국인 투자 유치] "몽골보다 규제 많은 한국"…들어온 투자, 나간 투자의 절반 그쳐

입력 2016-03-03 18:28  

한국, FDI규제지수 OECD 평균의 2배

지난해 FDI 209억달러 vs 해외투자 402억달러
투자 70%가 서비스업인데 '규제 장벽' 여전



[ 이승우/심성미 기자 ]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신고 기준 209억1000만달러로 전년도에 이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밖으로 빠져나간 해외 직접투자는 402억3000만달러로 FDI의 두 배 수준이었다. 2011년 457억달러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금액이다.

한국의 FDI 유치는 1998년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으로 본격화했다. 김대중 정부(1998~2002년) 시절 FDI 금액은 600억달러로 해외 직접투자(300억달러)의 곱절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들어 해외 직접투자(751억달러)가 FDI(525억달러)보다 커졌다. 해외 자원개발 등에 힘을 쏟았던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는 해외 직접투자(1878억달러)가 FDI(662억달러) 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2013~2015년)에선 격차가 좁혀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FDI는 544억달러로 해외 직접투자(1108억달러)의 절반밖에 안 된다.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곳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몽골·페루보다 규제 많은 한국

한국으로의 외국인투자가 정체한 가장 큰 이유는 규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하는 한국의 FDI 규제지수는 2014년 0.135로 OECD 회원국 34곳 중 여섯 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0.068)의 두 배 수준이다. 독일(0.02) 일본(0.05) 등 선진국은 물론 몽골(0.10) 페루(0.08) 등 개발도상국보다도 높다. 규제 완화 속도도 더디다. 2003년 OECD 평균 FDI 규제지수는 0.100이었으나 2014년 0.068로 32% 떨어졌다. 한국은 2003년 0.148에서 2014년 0.135로 8.8% 낮아지는 데 그쳤다.

가령 외국 기업이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더라도 개발 사업 인허가 등에선 다른 지역과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또 외국 인력의 거주를 위해 필요한 병원 학교 등의 설립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노사관계·고(高)임금도 원인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높은 임금도 외국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 경제특구에 입주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경제특구 9곳과 비교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은 지리적 위치(4위) 시장 접근성(4위) 산업 인프라(5위) 등에서 중간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고용조건·노사관계, 정부규제, 조세혜택 등에선 최하위였다. 종합 순위는 6위에 그쳤다.

근로자 임금도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높은 편이다. 2014년 기준 한국(천안외투단지)의 월평균 임금 수준은 1793달러로 싱가포르(1598달러), 대만 타이베이(1082달러), 중국 상하이(472달러)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높았다.

◆제조업에 치중한 투자유치

바뀐 환경을 쫓아가지 못하는 정부 정책도 FDI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FDI 금액을 산업별로 따져보면 1998년에는 제조업 비중이 65.9%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21.8%까지 떨어졌다. FDI에서 비중이 커진 분야는 금융·보험, 부동산·임대 등 서비스업이다. FDI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4%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제조업에 편중돼 있다. 정부는 FDI를 늘리기 위해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경제자유구역 등을 전국 각지에 잇따라 지정했다. 하지만 외국 기업 유치가 부진하자 빈자리를 국내 기업으로 메꾼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업은 여전히 장벽이 높다. OECD는 지난해 2월 구조개혁 평가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규제총량제를 도입하고 글로벌 벤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규제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서비스업 분야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감안해 해외의 유망한 서비스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면서도 “국내 업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손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승우/심성미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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