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프런티어/ 264쪽/ 1만4000원
[ 선한결 기자 ]
이데아, 정반합, 진화론….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대화에 인용해봤을 법한 단어다. 철학 논쟁에서뿐 아니라 현실 상황을 이야기할 때도 종종 쓰인다. 하지만 이런 개념을 만들어낸 플라톤이나 헤겔, 다윈의 철학을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일본 대중인문학자인 사이토 다카시 메이지대 교수는 《철학 읽는 힘》에서 서양철학의 흐름을 한눈에 이해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이전 시대에 정립된 사상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려 하는 것이 서양철학의 특징”이라며 “큰 흐름을 보면 시기별 특징이 도드라진다”고 말한다. “철학은 당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원한 것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약 2500년의 서양철학사를 세 개의 산맥에 비유한다. 각 산맥에 주된 사상이 있고, 새로운 산맥은 이전 시기의 사상을 부정하면서 솟아났다.
고대부터 중세까지가 제1산맥이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기독교 철학이 득세한 시기다. 저자는 “당시 서양 사람들은 세계의 본질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고자 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 산맥의 철학자들은 세상의 본질을 현실이 아닌 곳에서 찾았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대표적이다. 플라톤은 “현실은 본질인 이데아의 그림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의자라는 개념은 하나지만 실제 모양은 가지각색인 것처럼 불규칙한 현실은 진리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세 기독교 철학은 이데아론을 이용해 힘을 키웠다”며 “신만이 세상의 본질과 진리를 안다고 주장하며 신과 이어진 성직자의 권위를 높였다”고 분석한다.
두 번째 산맥은 서양 사회가 기독교 철학 일변도에서 탈출해 근대 합리주의 사상을 발전시킨 시기에 생겼다. 당대 철학자들은 인간이 본질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반기를 들었다. 자연과학이 크게 발전해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력과 인식능력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실험과 자료에서 답을 찾으면서 기존 사상의 권위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지적한다. 모든 걸 의심하는 것을 이성적 생각의 근거로 든 데카르트, 역사가 기존 주장과 그를 부정하는 명제를 통합해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한 헤겔 등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철학자다.
마지막 산맥은 이성과 합리주의의 권위에 도전하는 현대사상의 시기다. 저자는 “완성된 철학을 때려 부수는 시기”라고 정의한다. 푸코는 “권력과 권력에 대한 자발적 복종을 경계하라”며 “기존 상식에 생각을 가두지 말고 생각의 거점을 자신에 두라”고 주장했다. 니체는 ‘힘에의 의지’, 하이데거는 ‘각오’라는 개념으로 주체적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자는 소쉬르와 촘스키 등 20세기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펼치며 “서양철학은 현대에 들어와 서양중심주의로부터 해방됐다”고 설명한다. 소쉬르는 “언어체계가 진리에 기반한 게 아니며 임의로 정해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서양인이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의 세계관을 인정하게 했다. 이는 “서양인은 자기 입맛에 맞게 동양인 이미지를 만들어왔다”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자기비판으로 이어졌다.
책이 조망하는 서양철학은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토막 상식보다 사고의 방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그는 “당신은 이미 플라톤이나 헤겔, 니체처럼 생각하고 있다”며 “책을 보며 각자의 평소 생각이 어느 철학자와 비슷한지 보고, 상황에 맞게 다른 철학자들의 사고법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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