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돈 없고 외로운 일본 노인들…"오래 사는 게 무서워"

입력 2016-03-0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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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파산

NHK스페셜제작팀 지음 / 김정환 옮김 / 다산북스 / 316쪽 / 1만5000원



[ 고재연 기자 ]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저는 연금 미납자입니다. 결혼도 하지 못한 제게 찾아올 미래는 노후파산뿐입니다. 솔직히 오래 살고 싶지 않습니다.”

한 40대 일본인 남성이 자신에게 닥쳐올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며 한 말이다. 장수가 축복인 시대는 지났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홀몸노인 수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200만명은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 능력을 상실한 《노후파산》의 삶을 살고 있다.

일본 NHK 취재팀은 일본 노인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생생하게 기록해 다큐멘터리로 방영했고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노후파산을 펴냈다.

책에 소개된 이들은 대부분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어느 정도 예금이 있고, 자기 소유의 집이 있으며, 연금도 빠짐없이 부었고, 돌봐줄 자식이 있던 사람들조차 조금씩 궁지에 몰려 노후파산에 처했다.

저자가 만난 노인들은 매일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1000원짜리 냉국수를 먹고, 병원비를 아끼기 위해 지병이 있어도 병원을 가지 않았다. 정부【?저렴한 노인 돌봄 시설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늘어나는 빈곤층 노인 인구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 큰 문제는 도미노처럼 일어나는 ‘노후파산의 계승’이다. 일본에서는 약 20년에 걸쳐 일하는 세대의 평균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하는 세대의 생활력이 약해질수록 앞으로는 노인 세대를 부양하기는커녕 자신들의 노후조차 보장하기 힘들어지고, 사회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저자는 사회보장제도가 노인 부양이 ‘가족의 영역’에서 해결되는 것이 당연했던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에 노후파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솔직히 말하면 빨리 죽고 싶다”고 말하는 일본 노인들의 모습은 노인 빈곤율이 49.6%에 달하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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