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7천억엔 복지투자한 일본
부동산 거품 붕괴로 손실
"연기금은 수익성이 최우선"
[ 유창재 기자 ] 일본은 1961년 국민연금제도를 처음 시행하면서 연금복지사업단을 함께 설립했다. 납부자의 복지를 증진하고 연금제도에 대한 관심을 고취한다는 취지였다. 1998년 3월 기준 연금 적립금 140조엔의 6.9%인 9조7000억엔을 복지사업에 투자했다. 주로 연금 가입자에게 주택 구입 자금, 학자금 등을 빌려주거나 휴양시설인 그린피아를 짓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시장 거품이 꺼지고 휴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연금복지사업단의 수지는 계속 악화됐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연금 보험료를 납부해도 노후에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시기였다. 연기금 운용의 수익성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복지사업단은 2001년 폐지됐다.
캐나다 연기금은 아예 이런 위험을 차단해 버렸다. 1997년 연기금제도를 정비하면서 설립한 캐나다연금 투자위원회(CPPIB)에 정부나 정치권을 대표하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마크 머신 CPPIB 국제담당 대표는 “CPPIB에 주어진 유일한 법적 책무는 손실위험 없이 수익률을 극대화하라는 것”이라며 “거시경제나 사회 상황을 고려할 필요 없이 순수하게 연금 수령자의 이익을 위해 투자만 하면 된다는 것이 CPPIB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과거 우리 정부나 여당도 국민연금을 공공투자나 복지 재정에 활용하려는 방안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민연금의 기초연금 전용 방안이 제기됐지만 논란을 거듭한 끝에 무산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타워스왓슨의 복재인 아시아 연기금·국부펀드담당 사장은 “과거 복지 투자에 나섰던 글로벌 연기금들도 2008년 이후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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