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교육 '문화예술 바람'] 신입 워크숍, 아침구보 대신 아카펠라…'C 유전자' 키운다

입력 2016-03-04 18:52  

KT, 클래식 감상 프로그램
금호타이어, 하우스콘서트 열어
신세계, 패션과 미술교육 접목

회사 품격 높이는 '소통의 장'
"예술 사랑하는 기업문화 체험"
신입사원들 만족도 높아



[ 유재혁 기자 ] 충북 제천시 청풍면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재개발원에서 최근 진행된 신입사원 연수 현장. 올해 교육과정에 처음 도입된 ‘미술표현 프로그램’을 맡은 전문 강사는 신입사원 294명을 7개 반으로 나누고, 각 반을 다시 7개 조로 편성했다.

각 반에는 ‘희망과 행복’ ‘소통과 화합’ ‘변화와 도전’ ‘창의와 전문성’ 등 공단의 핵심가치를 조별로 한 점씩 7점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임무를 줬다. 참가자들은 난상토론을 거쳐 큰 그림의 얼개를 정한 뒤 조별로 역할을 분담해 그림을 그리고 하나로 합쳤다.

강근식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재개발원 차장은 “공단의 핵심가치를 내재화하는 수단으로 미술을 활용했다”며 “미술 프로그램에 대한 신입사원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연수 과정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하거나 교육 비중을 높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교육 내용도 클래식·국악·대중음악 관람부터 팀을 이뤄 함께 작업하며 창작의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예술로 표현하는 기업 핵심가치

KT는 지난 1월 신입사원들에게 기업의 핵심가치를 팀별 아카펠라 합창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각 팀은 잠을 아껴가며 연습에 몰두했다. 팀원들은 무대에서 사용할 효과음과 소품 등에 관한 아이디어도 함께 짜냈다. 우승은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개사한 제2팀이 차지했다. 그룹의 핵심가치인 ‘1등 KT’ ‘고객 최우선’ 등을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가사에 넣어 불렀고, 개성 있는 율동까지 더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입사원 문지혜 씨는 “동기들과 함께 원곡을 신나는 가사로 바꾸고 에너지 넘치는 안무를 준비하면서 빨리 친해졌다”며 “회사의 핵심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이선주 KT 상무는 “문화예술 교육은 회사의 품격과 사원의 자긍심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유연한 사고를 길러줘 실무에서도 유익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올 들어 신입사원 330여명을 대상으로 아카펠라 합창을 비롯해 세 차례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신입사원들은 ‘처음 만나는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금관악기 퍼포먼스 밴드인 퍼니밴드 공연을 관람했다. 연수 마지막 날에는 서울 목동 KT체임버홀에서 쇼팽의 첼로 소나타, 림스크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등 KT 체임버오케스트라의 특?연주도 감상했다.

문화예술 교육 늘리는 기업들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3일 서울 대학로 공연장에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금호타이어 하우스콘서트’를 열었다. 신입사원들은 본사 및 연구소 임원과 함께 연주회를 관람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입사원 국인호 씨는 “임원들과 함께하는 자리였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은 대화를 했다”며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문화를 체감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우수 고객 대상 ‘클래식 페스티벌’에 그해 신입사원 모두를 초청하고 있다. 지난해 클래식 페스티벌을 관람한 서울 본점 영업팀의 김보성 사원은 “취업 준비를 하느라 문화생활을 할 기회가 적었는데 회사에 들어와 좋은 공연을 접하니 정말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패션, 시대를 스타일링하다’라는 주제의 특강을 열었다. 강사는 《샤넬, 미술관을 만나다》의 저자 김홍기 큐레이터. 신입사원의 예술적 소양을 함양하고 미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패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클래식부터 국악·뮤지컬까지 다양

크라운해태제과는 올해 신입사원 교육을 8박9일 동안 경기 송추 연수원에서 시행했다. 교육 과정에는 ‘국악의 이해’ ‘시로 배우는 경영’ 등 문화·예술 강의를 12시간가량 편성했다. 국악인들이 직접 강사로 나와 민요, 사물놀이, 판소리, 시조, 아리랑, 탈춤 등 국악 전반의 肩逵?실기를 가르쳤다. 사원들이 국악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시인의 강의에 이어 신입사원이 직접 시를 쓰는 시간도 가졌다. 노병규 크라운해태제과 홍보이사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사원들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능력을 찾아내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컨설팅업체인 ‘크리에이티브13’은 팀별로 댄스 배틀을 펼치거나 미술 작품을 제작하고, 복면을 쓰고 뮤지컬을 공연하는 등 기업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팀별 예술 체험 및 창작은 사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서로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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