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할리데이비슨 아이언 883

입력 2016-03-04 18:52  

Car & Joy

가속력·승차감 양날개 달았다…할리의 '아이언맨'



[ 최진석 기자 ] 이번에 만난 아이언 883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의 바이크였다. 정장을 입고 타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열심히 운동해 단단하면서도 날렵한 근육을 갖춘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우람한 체격은 아니었다. 그건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중에서 큰 형님 격인 소프트테일이나 로드글라이드 등 배기량 1600~1800㏄짜리 대형 바이크에 해당한다. 아이언 883은 날랜 몸놀림의 파이터와 같았다.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대회인 UFC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동현 선수의 모습이 연상됐다.

이 모델은 주력 소비층의 연령대가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을 경계한 할리데이비슨이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해 제작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작년에 이보다 작은 체급의 스트리트 750을 선보였다. 아이언 883이 ‘막내’를 벗어난 순간이었다.

브랜드에 포함된 883이란 숫자는 배기량을 나타낸다. 이 바이크엔 공랭식 883㏄ V형 트윈 엔진이 탑재됐다. 차체 중앙 부분에 V자 모양의 엔진이 자리 잡고 있다.

공랭이란 엔진의 열기를 공기로 식히는 방식을 말한다. 요즘 자동차들은 대부분 수랭식 엔진을 채택하지만, 바이크업계에선 공랭식 엔진이 건재하다.

차량의 몸무게는 247㎏으로 가벼운 편이다. 덕분에 날랜 주행이 가능하다. 할리데이비슨 하면 두 손을 벌서듯 높이 올린 운전자와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연상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엄청나게 큰 배기음은 순정 모델에서 듣기 힘들다. 별도로 머플러를 튜닝해 그런 소리가 나는 게 일반적이다.

도로를 달려봤다. 아이언 883의 엔진 배기음은 나지막이 도로를 타고 흘러나갔다. 가속 레버를 당기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강해지면서 고속 구간에 진입했다.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가속력이 일품이었다. 시승 기종은 작년에 새로 출시된 다크커스텀 모델로 서스펜션을 교체해 거친 노면에서 한결 푹신한 승차감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곳곳을 개선했다. 휠의 스포크(바퀴살)는 종전 13개에서 9개로 줄였다. 가장자리엔 반짝이는 스틸 재질을 심었다. 푹신한 시트는 프레임을 감싸며 내려오는 듯한 디자인으로 바뀌어 운전자를 편하게 받쳐줬다.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알맞은 속도로 달리니 주변엔 바람과 배기음 소리만 가득했다. 아이언 883은 발을 놓는 곳이 차체 가운데에 있는 미드스템 방식이어서 조작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한참을 달렸더니 공랭식 엔진의 열기가 느껴졌다. 날씨가 서늘해서였는지 열기가 반가웠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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