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용 캐리어부터 스파·유치원까지…애인보다 애견, '럭셔리 펫숍' 뜬다

입력 2016-03-05 18:05  

Life & Style

반려동물 용품 고급화 바람

"가족과 마찬가지…좋은 것 해주고파"
유명 디자이너 한정판 의류 불티
카페·미용실 등 '가족형 매장' 갖춰
대형마트 매출 연 80%대 급성장



[ 이수빈 기자 ] 반려견을 넣어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는 60만원짜리 ‘투미’ 애견 캐리어, 호피 무늬로 장식한 장당 4000원짜리 ‘해리바커’ 애견 배변봉투, 한 통에 3만원인 ‘고든맥킨타이어’ 애견 전용 샴푸…. 최근 갤러리아백화점의 애견용품 전문매장 ‘펫부티크’에서는 이런 고가의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김서룡옴므’ ‘스튜디오 K’ ‘S=YZ’ ‘HR’ 같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내놓은 한정판 애견 의류도 인기다.

김민주 펫부티크담당 바이어는 “반려견의 이상 행동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가를 초빙해 연 2회 ‘반려견 행동 교정 클리닉’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려예걋?가족처럼 사랑하는 ‘펫팸(pet+family)족’이 늘면서 관련 용품 시장에도 고급화 바람이 거세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한테 이런 걸…”이라는 반응은 옛말. “내 반려동물에겐 좋은 것만 주고 싶다”는 펫팸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유명 브랜드나 디자이너를 앞세운 ‘명품 애견용품’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마트가 전국 28개 점포에 운영하는 ‘몰리스 펫샵’은 간식, 사료, 의류, 위생용품 등 1600여종의 상품 외에도 애완동물용 호텔, 카페, 유치원, 병원, 미용실, 스파&테라피 같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들여놨다.

과거의 애완동물용품 매장이 ‘실제 사용자’인 동물은 들어갈 수 없는 사람 중심의 매장이었던 것과 달리, 사람과 애완동물이 함께 이용하며 즐기는 ‘가족형 매장’을 표방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측은 “주인과 반려견이 커플로 맞춰 입는 티셔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관련 상품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매출 정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통업체들에 반려동물용품 매장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들어 이마트의 몰리스 펫샵에서 ‘찰리스백야드’ ‘허츠앤베이’ ‘덴티스츠어포인트먼트’ 등 고급 애견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8%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는 2015년 반려동물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5.6% 늘었다. 특히 15%였던 애묘(고양이)용품 비중은 20%까지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외로운 싱글족’에게 적합한 애완동물로 고양이가 주목받고 있어 애묘용품 성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늘면서 초고가 ‘명품급’ 해외 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퍼파인의 ‘IRA’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파올로 데 안나가 디자인해 수작업으로 만든 200개 한정판 펫 하우스로, 인테리어 용품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고급스러운 외관을 내세웠다. 배드말론의 ‘블랙 프레임 펜스’는 고급 원목을 사용한 애견용 울타리로, 40만~50만원대 안팎의 높은 가격에도 인기가 높다.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도 있다. 디자이너 백별아 씨가 2006년 세운 ‘루이독’은 유기농 섬유와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로 만든 프리미엄 애견 의류와 애견용 가구, 장난감 등을 전문적으로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판교점에 입점했고 서울 청담동, 영국 런던에도 매장을 냈다. 패리스 힐튼, 폴 매카트니 등이 단골손님으로 알려졌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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