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베네치아, 리장고성
리장고성의 아침 얼굴은 청초하다. 천년 세월이 묻어나는 고성의 예스러운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성 입구의 물레방아에서 시작하는 실개천은 좁은 골목길 사이로 졸졸 흘러간다. 리장고성을 품은 만년설산인 위룽쉐산(玉龍雪山, 해발 5596m)의 빙하수와 지하수가 만나서 흐르는 물길이다. 고성의 곳곳으로 뻗어 있는 수로, 물가의 버드나무, 300여개의 돌다리, 소수민족인 나시족의 전통가옥들과 오래된 응회암 골목길. 그 풍경 속을 걸으면 한 폭의 동양화 속을 거니는 듯하다. 왜 리장을 ‘동양의 베네치아’라고 부르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13세기 남송시대부터 조성된 리장고성은 나시족의 거주지다. 윈난성은 서남쪽으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와 맞닿아 있고, 북쪽으로 티베트자치구와 쓰촨성, 동쪽으로 구이저우성과 광시좡족자치구와 붙어 있다. 리장고성은 예로부터 무역상들의 교역 장소로 번창한 곳이었다. 이를 뒷받침해주듯 고성의 지름이 무려 10㎞나 된다.
화려한 반전, 리장고성의 붉은 밤
리장고성의 밤의 얼굴은 화려한 붉은 꽃이다. 샹들리에처럼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홍등이 줄줄이 켜지면, 리장고성의 중심지인 스팡제(四方街)의 전통가옥에 들어선 주점, 라이브 카페, 상점들은 화려한 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좁은 골목길은 여행지의 낭만에 들뜬 사람들의 물결로 넘쳐흐른다. 호젓한 고성의 밤을 즐기려면 떠들썩한 중심가를 벗어나는 것이 좋다. 길의 끝에는 천년 세월에 반들반들해진 골목길이 나온다. 리장고성의 골목길이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것도 비현실적으로 매혹적인 야경 때문이 아닐까. 밤을 잊은 고성의 밤은 점점 더 화려하게 빛난다.
리장고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그 계기가 재미있다. 1996년 리장에 규모 7의 큰 지진이 났을 때, 도시 건물의 3분의 1은 폐허가 됐으나 전통가옥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전통가옥이 현대식 건물보다 지진에 강했다는 이유 때문에 유명세를 타면서 유네스코에 알려진 것이다. 지진 대참사가 불러온 ‘뜻밖의 행운’이었다.
리장고성에는 담이 없다. 이 지역 통치자가 황제로부터 목(木)씨 성을 하사받았는데, 한자로 ‘木’자 주위에 성곽을 쌓으면 ‘곤할 곤(困)’자 형국이 돼서 일부러 담을 쌓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의 4대 고성 중 유일하게 ‘성벽이 없는 성’이 됐다.
옛 정취에 흠뻑 젖고 싶다면 옛 무역상들처럼 전통 객잔에서 하룻밤을 쉬어가는 것도 좋다. 명청(明淸)시대부터 서북지역 차 무역의 거점이었던 리장고성은 말과 무역상들이 쉬어가는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중간 마을이었다. ‘윈난성·쓰촨성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했다’고 해서 차마고도란 이름이 붙여진 이곳에는 당연히 객잔이 성행했다. 전통 객잔은 아직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 위룽쉐산
리장의 또 하나 백미는 위룽쉐산이다. 만년설의 모습이 ‘은빛용이 춤추는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에 오르기 전에 웨룽쉐산을 배경으로 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인상여강가무쇼’를 꼭 한번 봐야 한다. 500여명의 연기자와 100필의 말은 소수민족과 험준한 차마고도를 오갔던 마방들의 삶을 그렸다. 산을 호령하는 노랫소리와 북소리, 공연장을 질주하는 말 퍼포먼스는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리장을 여행하면서 ‘모든 새로운 것들은 변방에서 시작된다’는 괴테의 글귀가 떠올랐다. 어쩌면 새로움으로 충만한 여행은 모두가 아는 중국이 아니라 모두에게 낯선 중국의 변방으로부터 오는 게 아닐까.
여행정보
하나투어(hanatour.com)는 곤명~대리~여강을 육로로 여행하는 ‘곤명/여강/대리 5일’ 상품을 내놓았다. 5일 및 6일 일정의 상품이 있으며 5일 일정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대소석림, 동방의 베니스로 불리는 리장고성, 사계절 내내 눈이 덮여있는 옥룡설산 등을 방문한다. 94만9000원부터. 1577-1233
리장=정윤주 여행작가 traveler_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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