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데스크 시각] 중소기업청장에 거는 기대

입력 2016-03-0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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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중소기업부장 synergy@hankyung.com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열정이 대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말이 논리정연하고 핵심을 짚는다”고 감탄하는 이가 적지 않다.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그를 ‘준비된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첫 민간기업인 출신 중소기업청 수장인 주영섭 청장 얘기다.

“일이 취미”라며 워커홀릭을 자처하는 그의 행보는 시작부터 거침없다. 주 청장은 지난 1월18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후 강행군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벤처기업, 수출 중소기업이 모이는 주요 행사에 어김없이 찾아간다. 현장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끝장 토론’도 마다하지 않는다. 평일 밤 11시를 넘겨서도 업무를 챙기고, 퇴근 때 보고서를 한 보따리 안고 간다.

그가 정책 우선 순위로 중소·중견기업 수출 활성화를 내세우자 관련 부서도 덩달아 바빠졌다. 기업혁신지원과와 해외시장과 등은 주말에도 대기 상태다.

전문성 중시하는 인사 스타일

인사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주 청장은 갓 승진한 과장을 최근 창업진흥과장에 발탁했다. 창업진흥과장은 여러 과를 거친 과장이 맡아 왔다. ‘신참’이긴 하지만 그동안 창업 정책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그를 임명했다는 후문이다. 연공서열보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주영섭 인사 스타일’에 중기청 간부들이 긴장하고 있다. “민간인 출신이어서 조직 장악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일부 우려도 사라졌다.

‘첫 단추’를 비교적 잘 끼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주 청장이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중기청장은 차관급이지만 역할과 중요도는 장관 못지않다. 그 중요성은 ‘9988’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 비중이 전체 기업 수의 99%, 근로자 수의 88%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총책임자이니 그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중기청장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때로는 냉정하게 정책과 이해관계를 조정·총괄해야 한다. 소상공인에서부터 수출 중소·중견기업까지 340여만개에 이르는 기업 이해관계는 끊임없이 충돌하기 마련이다.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상충되는 이해관계에 일일이 귀를 기울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해관계자에 휘둘리지 말아야

중기청은 법령 제·개정권이 없다. 법 조문 하나 고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것도 난제다.

그래서 중기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역대 중기청장들이 한목소리로 ‘중소기업 육성’을 내걸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주장한다. 조만간 주 청장도 이상과 현실 사이의 높은 벽을 절감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해관계자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선택과 집중이 주 청장에게 요구되는 이유다.

다행히 “중소기업 정책은 복지가 아니라 육성이며,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은 수출 중소·중견기업 육성뿐”이란 그의 말은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기업하는 사람은 목숨을 걸고 하는데 정책 부서도 이런 절박감이 필요하다”는 취임사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주 청장이 퇴임할 때 ‘중소기업을 제대로 키운 첫 청장’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길 기대해 본다.

김태철 중소기업부장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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