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도는 ELS 시장…조기상환 두 배 늘었다

입력 2016-03-07 17:49  

반등하는 홍콩H지수 "악몽의 끝이 보인다"

2월 조기상환액 8005억원…1월 보다 두 배 이상 늘어
홍콩H지수 5% 이상 오를 땐 3월 조기상환액 2조 넘길 듯
ELS 발행시장도 활기…이달 들어 5082억어치 판매



[ 송형석 기자 ] 꽉 막혔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의 ‘돈맥’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5000억원을 밑돈 조기상환액이 지난달엔 8000억원 선까지 늘었다. 이달에는 2조원 안팎의 원리금이 투자자들에게 되돌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조기상환은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만기보다 일찍 원리금을 되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ELS의 만기는 3년이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계약시점의 85~90%를 웃돌면 6개월이나 1년 만에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3월 조기상환액 3685억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4473억원에 그친 ELS 조기상환액이 지난달 800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달 들어 지난 4일까지 3거래일간 집계된 조기상환액도 이미 3685억원에 달한다.

‘ELS 돈맥경화’의 주범이었던 홍콩硫컨薩묽蓚泰梔?홍콩H지수)가 오름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조원 이상이 이달 중 조기 상환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증권사 계좌에 묶여 있는 홍콩H지수 연계 ELS의 투자원금은 37조원어치다.

한 증권사 ELS 담당자는 “홍콩H지수가 1차 조정을 받아 10,000선을 밑돌던 지난해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발행된 상품 중 일부가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했다”며 “이 지수가 5% 정도 더 오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발행된 대부분의 지수형 ELS가 6개월 만에 조기 상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LS 발행시장도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이달 들어 3거래일 동안 새로 판매된 상품은 5082억원어치다. 이달 중 거래가 이뤄지는 날이 22일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말까지 3조5000억~4조원어치가 팔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조8333억원어치의 ELS가 판매된 지난달에 비하면 1조원어치 안팎이 더 발행되는 셈이다.

ELS는 ‘단골’들이 꾸준히 매상을 올려주는 상품이다. 기존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새 상품에 가입해야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홍콩H지수가 급락한 지난해 말부터 이런 선순환 고리가 끊어졌다. 조기 상환 물량이 감소하면서 투자자들의 ‘ELS 실탄’이 줄었고 신규 상품에 투자도 뜸해졌다.

홍콩H만 바라보는 금융회사

증권사와 은행들도 홍콩H지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LS 시장이 되살아나야 오는 14일부터 판매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ISA는 여러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절세 계좌로 1인당 최대 250만원까지 세금을 감면해준다. 이 계좌에 담을 수 있는 상품은 예금, 펀드 등으로 다양하지만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상품은 수익률이 연 6~7%에 달하는 ELS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탁형 ISA의 수수료(매년 투자 원금의 0.4% 안팎) 이상 세금 혜택을 보려면 연 수익률이 적어도 3~4% 수준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 수익률이 2%를 밑도는 예금이나 아예 세금이 붙지 않는 주식형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짜서는 ISA의 효용을 높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금융회사들이 ISA 맞춤형 ELS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홍콩H지수가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ISA 초기 가입자가 예상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콩H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5% 오른 8621.74에 마감했다. 단기 저점이었던 지난달 12일(7498.81)과 비교하면 15%가량 올랐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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