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새마을운동 경험, 아프리카 농업개발에 접목하자

입력 2016-03-07 17:50   수정 2016-03-08 14:19

미래 농업개발 기회 큰 아프리카
한국 소농중심 농촌개발 역량 접목
농산물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야

김일수 < 아시아 미래전략센터 대표·전 주이스라엘 대사 >



2007년 국제 곡물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한 적이 있다. 고급 농산물에 대한 수요 증가, 바이오에너지용 작물 재배로 인한 곡물 경작지 축소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고, 농업이 유망 산업으로 부각하면서 세계적으로 경작지 확보 경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국제 곡물가 폭등의 원인은 분명치 않지만 이후 국제 자본의 농지 투자가 확대돼 온 것만큼은 확실하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고 미경작 토지도 제일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화와 사막화, 그리고 엘니뇨로 인한 가뭄 등 기후 변화에 취약한 대륙으로 미래 농업의 기회와 문제점을 동시에 지닌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농지 확보가 국제 자본의 투자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고, 남미나 아프리카가 이들이 주목하는 곳이란 보도가 줄을 잇는다. 실제로 에티오피아에서는 중국, 인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 회사들이 한국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의 땅을 임대받아 쌀, 옥수수 등을 기업 영농하고 있다. 농업은 아프리카 전체 노동력의 80%를 고용하는 최대 산업이지만 대부분이 생계형 소농으로 시장 판매 비율은 전체 생산량의 20%도 되지 않는다. 기업형 영농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계화, 비료·종자 등의 공급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아프리카를 세계 농산물시장에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기업 영농을 하려면 관개·전기·도로 등 인프라 부족 외에도 불명료한 토지 소유권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에티오피아에 진출한 사우디 농업 자본도 에티오피아 정부의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토지 수용에 반발한 지역 주민들이 농장을 무장 공격한 사례도 있다.

아프리카 농업 개발에서 기업 영농에 대한 대안은 전체 농가의 90%를 넘는 기존 소농 육성 방안이다. 소농에 기술 훈련과 교육은 물론 종자·비료 등을 공급해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 판매를 늘려 농가 소득과 궁극적으로는 수출 역량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소농 중심 농업 개발 전략이 새로 각광을 받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에 의한 ‘연결 혁명’ 덕분이다. 현지인이 현지 말로 현지 실정에 맞는 적정 농업 기술을 비디오나 온라인을 통해 교육해 생산성을 높이고 휴대폰으로 경작·시장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온라인 협동조합을 결성해 종자·비료 등의 공동 구매나 생산품 판매를 하는 농촌 개발 방식은 정치적·정서적 저항 없이 지역 공동체 중심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마을운동은 자조·자립을 강조하는 소농 중심 농촌 개발 프로그램이고, 교육을 통해 성과를 일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농업 개발 방식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또 ICT 연결 혁명과 적정 기술, 소농 공동체 중심의 개발 개념을 결합한 아프리카 농촌 개발 방식은 디지털그린을 비롯한 국제 비정부기구(NGO)도 연구하고, 일부 실행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은 새마을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그 패러다임의 개발과 실천을 선도하는 데 적합한 위치에 있다.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아프리카의 농업 개발에 상생 효과를 동반한 우리의 참여 방식이 보다 진지하게 모색돼야 할 때다.

김일수 < 아시아 미래전략센터 대표·전 주이스라엘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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