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더블보기 2개로 주춤…버디 7개 잡으며 대역전
18번홀 해저드 향한 과감한 샷
러프 덕 기사회생…위기 극복
'새가슴' 불명예 떨쳐 버려
버바 왓슨에 1타 차 우승…샷 난조 매킬로이 공동 3위
[ 최만수 기자 ] 애덤 스콧(호주)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대표하는 정상급 선수지만 ‘새가슴’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도 있다. 이런 별명이 붙은 대표적인 ‘사건’은 2012년 디오픈(브리티시오픈)에서 벌어졌다. 사흘 내내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네 홀에서 4연속 줄보기를 하며 고개를 떨궜다. 마지막홀 1.5m짜리 파 퍼트마저 놓친 스콧은 손을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스콧이 올해 강심장으로 돌아왔다. 지난주 3라운드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도 PGA투어 혼다클래식 우승컵을 차지하더니 이번주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캐딜락챔피언십에선 초반 더블 보기 2개를 극복하고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롱퍼터를 버렸지만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블루몬스터 넘긴 ‘강심장 샷’
스콧은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트럼프내셔널도럴의 블루몬스터TPC(파72·7543야드)에서 열린 캐딜락챔피언십 마지막날 더블 보기를 2개나 기록했지만 버디 7개를 쓸어담았다.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친 스콧은 버바 왓슨(미국·11언더파 277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62만달러(약 19억5000만원)를 거머쥐었다. 2014년 크라운플라자인터내셔널 우승을 끝으로 정상에 서지 못했던 스콧은 지난주 혼다클래식에 이어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날 우승의 원동력은 ‘강심장 샷’이었다. 선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3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스콧은 전반에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더블 보기를 2개나 적어내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매킬로이가 주춤한 사이 10번홀(파5)부터 3개홀 연속 버디를 낚아 분위기를 바꾼 스콧은 14번홀(파4)에서 또 한 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하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후 불안한 선두에서 위기를 맞았지만 잘 이겨냈다. 16번홀(파4)에선 벙커에서 생크성 샷을 날리고도 파 세이브에 성공한 스콧은 18번홀(파4)에서 마지막 위기를 맞았다.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냈지만 앞에 나무가 버티고 있어 샷을 하기 어려운 상황. 공을 옆으로 한 번 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스콧은 이 골프장의 상징과도 같은 워터해저드 ‘블루몬스터’를 향해 과감한 샷을 날렸다. 페이드가 제대로 먹히지 않아 물에 빠지는 듯했지만 다행히 러프에 걸리면서 스콧은 기사회생했다. 스콧은 이후 2m 거리의 파 퍼트를 집어넣고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스콧은 “이번주에 더블 보기를 세 번이나 하고도 우승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한 게 주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랭킹 6위로 점프
스콧은 올해 앵커링(그립 끝을 몸에 대고 퍼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에 따라 5년간 쓰던 롱퍼터를 버리고 일반 퍼터로 교체해 경기하고 있다. 경기력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도 지난주 9위에서 6위로 올라서며 조던 스피스(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매킬로이 등이 형성하고 있는 ‘빅3’ 구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장타자 왓슨은 막판 추격전을 벌였지만 1타가 모자라 스콧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3라운드까지 3타 차 단독 선두였던 매킬로이는 샷 난조에 빠져 2타를 잃어 대니 윌렛(잉글랜드)과 함께 공동 3위(10언더파 278타)로 밀렸다. 세계랭킹 1위 스피스는 공동 17위(1언더파 287타), 2위 데이는 공동 23위(이븐파 288타)에 그쳤다.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가 공동 42위(6오버파 294타), 안병훈(25·CJ그룹)은 공동 52위(9오버파 297타)로 대회를 끝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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