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 기자 ] 핀란드 노동계가 임금을 깎고 근로시간은 늘리는 ‘사회적 대타협’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동안 노동계는 이 방안에 거세게 반발했지만 금융위기 후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공공부문과 복지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다.
헬싱키타임스는 “핀란드노동조합연맹(SAK)이 집행부 투표를 벌여 찬성 14표, 반대 5표로 사회적 대타협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7일 보도했다. SAK 산하 서비스노조 등이 반대표를 던졌고, 건설노조는 기권했다. 전체 SAK 조합원의 60%를 차지하는 나머지 14개 노조는 정부와 개별적으로 추가 협상을 시작한다. 노조 특성에 따라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정하기 위해서다. 라울리 릴리 SAK 집행위원장은 “오는 6월 말께 최종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북유럽에 있지만 최근 경제 상황은 그리스나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와 비슷하다. 경제성장률은 0%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실업률은 9.3%(1월 기준)에 이르고, 정부 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2.7%까지 올라갔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핀란드가 2008년 京?침체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핀란드 재무장관 알렉스 스투브는 “핀란드는 유럽의 병자”라고 표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여서 환율이 묶여 있는 가운데 노키아가 몰락하는 등 여러 요인이 결합돼 생산성이 크게 저하됐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유하 시필라 핀란드 총리는 산업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노동계와 협상을 벌였다. 지금까지는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는 5% 임금삭감을 요구했고, 노동계는 고개를 저었다. 지난해 9월엔 수십년간 대규모 파업을 찾아보기 어렵던 이 나라에서 노동계 총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핀란드어로 ‘시수’라고 부르는 상생 문화에 기반한 노사협력 모델이 도전받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주 정부는 2021년까지 근로자 임금을 3.5% 깎는 내용의 최종 협상안을 내놨다. 금액을 직접 줄이는 것이라기보다는 2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연간 근로일수를 사흘 늘리며 실업보험 및 연금적립금 지출 주체를 회사에서 근로자로 바꿔 장기적으로 삭감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핀란드 노동조합 가입률은 세계 2위(68.8%)로 550만 국민 중 220만명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 SAK 소속 노조원은 70만명으로, 그중 3분의 1을 차지한다. 또 무역 관련 경제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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