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發 '배송전쟁' 2년 上] '감성배송'으로 유통물류 뒤흔들다

입력 2016-03-08 10:52   수정 2016-03-08 11:34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이 '24시간 이내 배송'을 표방하는 '로켓배송'을 내놓은지 다음 달이면 꼬박 2년이다. 이 작은 전자상거래업체가 국내 유통·물류업계에 불고 온 바람은 꽤 컸다. 국내 굵지의 유통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배송혁신을 외쳤고, 경쟁사들도 물류센터 확보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소비자들은 '감성 배송'에 호평했고, 국내 택배회사들은 '면허 없는' 배송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로켓배송 2년. 어디까지 왔고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인지 상, 중, 하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1.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한이슬씨는 늘 쿠팡을 통해 기저귀를 주문한다. 배송을 받기 전 스마트폰 문자 메세지로 상품을 어떻게 전달받을 것인지 쿠팡맨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서다. 초인종 때문에 아이가 깰 염려가 없다. 기저귀가 급하게 떨어지더라도 더이상 동네 편의점이나 마트를 찾지 않게 됐다는 것도 장점이다. 당일 자정 안에만 주문하면 그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30대 직장인 문여진씨는 늘 오픈마켓을 이용하다 급히 필요한 물건이 생겨 쿠팡으로 처음 주문했다. 쿠팡맨은 친절하게 문 앞에 두고 갈 것인지, 경비실에 맡길 것인지를 번호?선택지를 줬다. 택배상자에는 '독감이 유행합니다.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라고 글귀가 적혀 있었다. 문씨는 "하늘색 리본에 풍선까지 달려있어 남편의 이벤트로 착각했다"며 "배송에서까지 이 같은 배려가 돋보여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쿠팡의 자체 배송서비스인 '로켓배송'이 '감성배송'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지 2년이 지났다. 이 같은 사례는 손쉽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를 통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쿠팡맨(쿠팡 배달인력) 때문에 감동을 받았다는 소비자들의 후기가 이어지면서 로켓배송은 손쉽게 입소문을 탔다.

로켓배송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했을 때 택배물품이 파손되거나 분실에 따른 걱정을 로켓배송과 쿠팡맨들이 덜어준 셈이다. '아침에 주문하면 밤에 받을 수 있다'는 로켓배송의 24시간 이내 배송으로 국내 굵지의 대형 유통업체들도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 로켓배송 2년 국내 유통물류 뒤흔들어…배송업계 지각변동

로켓배송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은 유아용품이나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20~30대 여성층이다. 육아용품 특성상 한꺼번에 많은 양을 주문하는 만큼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이 각광을 받은 셈이다. 실제로 기저귀, 분유와 같은 육아용품의 매출은 쿠팡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형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매출은 뚝뚝 떨어졌다. 지난해 이마트의 기저귀 매출은 전년 대비 26% 가량 급감했다. 쿠팡의 감성배송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기저귀, 분유, 여성용품에 대해 최저가 전쟁을 선포한 것은 이마트 고객층인 20~30대를 쿠팡에 뺏기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유아용품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만큼 이마트 최저가 경쟁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마트가 육아용품부터 최저가를 실시한 것은 중요 고객부터 뺏어오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쿠팡발(發) '배송전쟁'은 국내 유통공룡들의 사고방식을 바꿔놨다. 이마트는 이번 최저가 전쟁을 통해 온라인 '이마트몰'의 입지 강화를 꾀하고 있다. 빠른 배송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에 가속도를 낸 셈이다. 이미 소비자들에겐 '오프라인 대형마트 중 1위'라는 인식이 있는 반면 온라인 마트인 이마트몰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직매입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수도권에 6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이마트는 오후 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모두 쿠팡의 '배송 혁신'이 아니었다면 빠르게 이뤄지기 어려웠던 서비스였다.

롯데는 '쿠팡 따라하기'까지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쿠팡처럼'을 제시하면서 연초부터 빠른 배송에 승부를 걸고 있다. 롯데마트도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기업형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는 서울 및 경기지역에서 주문하면 3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한다.

◆ 쿠팡, 로켓배송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업계 1위 공고

유통 대형업체들까지 빠른 배송에 나선 데에는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매출을 늘린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쿠팡의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은 2012년 2.3% 수준에서 지난해 5.6%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모바일 쇼핑 시장 점유율도 9.8%에 달한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쿠팡은 직접 택배업무를 담당하는 쿠팡맨을 채용하고, 연봉 4000만원을 제공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했다. 기존의 택배 업계 사원들의 처우가 열악했던 만큼 쿠팡의 행보는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직접 채용된 쿠팡맨은 소비자들에게 문자와 택배가 집 앞에 배송됐다는 '인증샷'을 남기면서 기존의 택배가 '불친절'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무너뜨렸다.

뿐만 아니라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잘 파고들었다. 소셜커머스 업계 최초로 물류센터를 구축해 직접 상품을 구매(직매입)하고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이를 통해 주부들이 많이 찾는 기저귀를 최저가에 판매하기 위해 쿠팡 영업사원들이 직접 유한킴벌리를 찾아가 가격 협상을 벌이면서 '기저귀= 쿠팡'이라는 공식까지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는 실제로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쿠팡은 매출액이 2013년 478억원에서 2014년 348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3년 2000만명이던 회원수가 1년 여만에 500만명 증가하면서 연(年) 거래액이 2조원을 돌파한 덕분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소셜커머스 업계 내에서도 1위 자리를 공고히 지켜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기준 시장점 유율은 쿠팡 55.2%, 티몬 24.9%, 위메프 19.9% 순으로 집계됐다.

장경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쿠팡의 로켓배송은 상징적으로 부각됐을 뿐만 아니라 운송 효율화로 얻는 득이 많아질 것"이라며 "위메프와 티몬도 택배업계와 당일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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