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한국이 중국·일본보다 '국제중재 허브' 더 적합"

입력 2016-03-08 18:44  

중국, 법률제도 정비 필요…일본은 국제중재 경험 부족

1997년 외환위기 겪은 한국, 분쟁 사례 많고 인프라 탄탄



[ 이상엽 / 고윤상 기자 ] “서울은 국제중재 중심지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자코민 반 해솔테-반 호프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사무총장(오른쪽)과 박은영 LCIA 부원장(김앤장 변호사·왼쪽)은 국제중재 중심지로서 서울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쏟아냈다. 지난 7일 LCIA와 김앤장이 공동 개최한 국제중재 세미나를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다.

반 해솔테-반 호프 사무총장은 “한국은 역량이 뛰어난 국제중재 전문가가 많고 서울국제중재센터와 같은 인프라도 충분히 갖췄다”며 “국제중재의 동북아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일본이나 중국 도시보다 서울이 더 경쟁력 있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중재에 들어가기 전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중재 사례가 충분하지 않다”며 “한국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라는 아픔을 겪으면서 쌓은 국제분쟁 경험이 국제중재 분야를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선 시장의 인식 문제를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중국은 중재를 위한 법률 시스템이 정비되는 과정이라 한국이나 싱가포르의 신뢰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국제 기준’을 아직 충실히 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서울이 아시아에서 가장 국제중재가 활발한 싱가포르, 홍콩과 비교해서도 나은 장점이 있을까. 박 변호사는 “영미법 체계인 싱가포르, 홍콩과 달리 한국은 대륙법 체계인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사실 국제중재에서 법 체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이 법체계를 문제 삼아 한국을 중재 장소로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박 변호사는 “한국 관련 분쟁 당사자들이 굳이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가지 않고도 LCIA 서비스를 서울국제중재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며 “한국 변호사들은 영미계 로스쿨 유학파가 대부분이어서 대륙법은 물론 영미법 체계 둘 다 능숙하다는 점을 영업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계해야 할 점도 분명히 했다. 반 해솔테-반 호프 사무총장은 “LCIA가 런던에서 오랜 기간 국제중재기관으로 인정받은 것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재기관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 사이에 국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LCIA가 중재기관으로 선정됐다”며 “중립성을 잘 지킨다면 국내 당사자가 없는 사건에서도 중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LCIA 중재절차, 조선·건설·인프라 분쟁 분야의 쟁점 등에 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각국에서 온 국제중재 전문가, 사내변호사, 로펌 관계자 등 100여명이 세미나실을 가득 메워 국제중재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상엽/고윤상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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