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장고' 알파고 vs '도발의 수' 이세돌…막오른 세기의 대결

입력 2016-03-09 14:03   수정 2016-03-09 20:29


[ 최유리 기자 ] 역사적인 한 수(手)가 바둑판에 올려졌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마주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흑색돌이다. 인간과 AI가 겨루는 '세기의 대결'이 마침내 막을 올렸다. 이 9단의 '도발의 수'와 알파고의 '장고'가 오가며 치열한 눈치 싸움이 진행됐다.

대국장에 들어선 이세돌 9단은 무표정했다. 그러나 현장을 가득 채운 긴장감으로부터 세계적인 고수는 자유롭지는 못했다. 생각에 잠긴 듯 눈을 잠시 감았다 뜨거나 물로 목을 축이기도 했다.

대국은 이 9단의 첫 수로 시작됐다. 그가 잡은 돌은 흑(黑). 이번 대국은 중국 규칙에 따라 진행됐다. 백(白)을 잡은 기사에게 7.5집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바둑은 먼저 두기 시작한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나중에 둔 사람의 불리함을 보상하기 위한 규칙이다.

이 9단의 첫 수에 이어 알파고는 장고(長考)를 뒀다. 2분 가량을 소요하며 초반 승부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대국 초반은 계산해야 할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알파고의 고전이 예상됐었다.

이 9단은 초반 변칙적인 수를 두며 알파고를 도발하기도 했다. 실전에선 보기 힘든 수를 둬 알파고를 흔드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국에선 알파고의 '아바타' 역할을 맡은 아자 황이 눈길을 끌었다. 알파고의 손과 눈을 대신할 선수가 참여한 것. 구글 딥마인드의 직원이자 영국바둑협회 회원인 아자 황 아마추어 6단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 9단과 마주 앉아 모니터에 표시된 수를 보며 바둑 경기를 펼쳤다. 모니터에 표시된 수는 미국 구글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구동되는 알파고가 계산한 결과다.

이날 역사적인 현장에는 세계의 많은 눈이 쏠렸다. 대국이 시작하기 2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몰려든 취재진으로 현장은 북적였다. AP통신, 중국 CCTV, 일본 NHK 등 외신들도 관심을 보였다.

일반인들 역시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 오전부터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이세돌, 알파고 등이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바둑 아마추어 4단인 김영모 씨(가명)은 "알파고가 이세돌의 기운이나 기세를 읽어가는 것 같이 보여 정말 신기하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삶의 정답도 컴퓨터가 계산해 주는 것은 아닐 지 여러 마음이 교차하는 상태로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국은 오는 15일까지 총 5회(9, 10, 12, 13, 15일)에 걸쳐 열린다. 모든 경기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된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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