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쇼크] 세 불리 의식한 알파고, 우변에 승부수…실수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입력 2016-03-09 17:54  

이세돌 첫 판 충격패


[ 최만수 / 김보영 기자 ] 승패를 가른 것은 판세를 불리하게 ‘판단’한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가 우변에 뛰어든 승부수 102였다. 알파고는 최고 프로기사 못지않은 판단력과 냉철함을 발휘하며 세계 바둑 최강 이세돌 9단에게 패배를 안겼다. 이 9단은 알파고의 실수를 파고들며 경기 중반 승기를 잡았지만 알파고가 던진 승부수를 뚫지 못하고 돌을 던지고 말았다.


상상 뛰어넘는 알파고의 경기 진행

이 9단과 알파고는 9일 오후 1시부터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역사적인 제1국을 시작했다. 구글 딥마인드 개발자이자 아마추어 6단인 아자 황 씨가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가렸다. 전문가들은 백에 7.5집의 덤을 주는 중국 바둑 룰에 따라 이세돌 9단이 백돌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여겼지만 이 9단은 예상과 달리 흑을 잡았다.

초반 이 9단은 정석과 다른 포석을 펼쳤다. 이세돌이 ‘인류사에 처음 등장한 수’(박정상 9단)라고 평가받은 새로운 수 7로 알파고를 시험했다. 알파고는 당황하지 않고 8로 침착하게 대응하며 초반 포석을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알파고는 첫수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들이는 듯했지만, 이후 대부분의 수를 1~2분 만에 두는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24수째는 의외의 수를 뒀다. 이 9단은 난감해했다. 알파고의 시간 싸움에 이 9단이 말려든 모습이었다. 이 9단이 승부를 걸어올 때마다 알파고는 장고 없이 바로 돌을 둬 이 9단을 당황케 했다.

이후 이 9단이 세를 쌓아나가자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유창혁 바둑국가대표팀 감독은 “알파고가 상상한 것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며 “이 9단이 세계대회 결승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룡 9단은 “사람은 쉽게 가야 할 부분은 쉽게 가고 어렵게 둘 부분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알파고는 그런 것이 없다”며 “후반으로 갈수록 이 9단이 시간의 압박을 받을 것 같다”고 해설했다.

막판 실수로 무너진 이세돌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는 알파고의 치명적인 실수로 흐름이 바뀌었다. 알파고가 둔 80은 앞의 열 수를 헛되게 하는 악수였다. 이 9단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좌중앙에 큰 흑집을 지어 다소나마 유리한 형세를 이뤘다. 하지만 불리한 판세를 느낀 알파고는 승부수를 던져 전세를 뒤집었다. 알파고는 102로 우변 흑진에 침투하는 모험을 선택했다. 추격이 필요할 때 예상외로 강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것이다. 당초 알파고는 수비 위주로 공격적인 수를 두지 않고 계산 위주의 승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뒤집었다.

이 9단은 장고를 거듭했으나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흑집이 부서지며 우상변이 백집으로 돌변해 형세가 급격하게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다. 이 9단은 맹렬하게 추격전을 펼쳤으나 좀처럼 집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수차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고민하던 이 9단은 결국 186수 만에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유창혁 9단은 “오늘 이 9단이 낯선 상대와 대국하면서 다소 긴장한 듯 평소답지 않게 실수가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현장 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은 “어느 한 수가 패착은 아닌데, 백이 실수하니 흑이 방심한 것 같다”며 “원래 이 9단이 후반에 강한데 오늘은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만수/김보영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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