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지분 헐값에 낙찰받으려
지분권자가 허위 가처분 걸수도
배당금 가압류 등 전략 세워야
아무리 복잡한 특수물건에도 허점은 있다. 특수물건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위장임차인이나 허위유치권 물건처럼 일반인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선순위 가처분이나 가등기처럼 고도의 법률적인 지식이 필요한 영역도 있다. 공유지분 경매처럼 상대 지분권자와의 효율적인 협상 능력을 필요로 하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두 가지 이상의 하자가 중첩돼 있어 어려움이 한층 커진 물건들이 나오기도 한다.
몇 년 전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에 있는 중소형 주택형의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의정부역에서 멀지 않고 의정부 경전철 라인에 놓여 있어 교통이 편리한 아파트였다. 향이나 층, 입지도 나무랄 데 없고 인근에 초·중학교가 있어 학군도 괜찮았다. 그런데 감정가가 2억3000만원인 이 아파트가 세 번이나 유찰돼 반값까지 떨어져 있었다. 물건명세서 내용을 보니 공유물분할판결에 기해 진행되는 형식적 경매였다.
몇 명의 지분권자가 공유하고 있는 물건을 분할해 단독으로 소유하고 痼?때 보통 공유물분할소송을 진행한다. 통상 현물분할이 원칙이지만 아파트처럼 현물로 쪼개기 어려운 경우에는 ‘경매로 매각해 그 대금을 지분대로 나눠가지라’는 판결이 나게 된다. 이 판결에 의해 진행되는 경매가 ‘공유물분할판결에 기한 형식적 경매’이다. 알다시피 공유지분 경매에는 공유자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권리가 부여돼 있어 일반인들이 낙찰받기 쉽지 않다. 기껏 최고가 매수인으로 호명된다 해도 공유자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속절없이 최고가 매수인의 자격을 빼앗기는 고약한 경매가 바로 지분경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유물분할판결에 기한 형식적 경매는 전체 지분에 대한 경매이기 때문에 공유자들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없어 이 사건에서 그런 우려는 필요없었다. 다만 낙찰자가 인수해야 되는 것으로 공지된 정체 불명의 선순위가처분 두 개가 설정돼 있었다.
선순위가처분이 진정한 권리에 기인한 것이라면 낙찰자가 잔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취득해도 추후 가처분권자가 전 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속절없이 소유권을 빼앗기고 마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뭔가 수상한 낌새가 있었다. 등기부등본을 면밀히 살펴보니 가처분의 피보전권리가 하나는 공유물 분할 청구권이었고, 다른 하나는 ‘양도각서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이었다. 공유물분할 청구권에 기한 가처분은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이 끝났으니 목적 달성을 이유로 어렵지 않게 말소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다른 가처분이었다. 양도각서가 있다는 건 소유자와 가처분권자 간에 이 사건 부동산 지분을 양도하겠다는 약정이 있다는 말인데, 그런 약정이 있음에도 소유자 ?버젓이 다른 지분권자를 상대로 공유물분할소송을 진행했고 결국 판결까지 받아 경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경매를 신청한 지분권자는 자신의 지분 역시 경매를 통해 헐값에 취득한 상태였다.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매 신청자가 낙찰가를 낮춰 헐값에 다른 지분까지 낙찰받기 위해 허위의 가처분을 걸어뒀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탐문과 증거 수집이 시작됐다. 경매 신청한 지분권자, 가처분권자, 다른 지분권자들을 순차적으로 만나 이런저런 방법으로 유도질문을 해보니 심증을 굳힐 만한 여러 가지 단서들이 나왔다. 증거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향후 대응 전략을 점검한 뒤 최저가보다 약 20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으로 입찰했다.
아무리 어려운 물건이라도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측근들이 응찰하거나, 불순한 목적으로 일부러 하자를 만들어 낸 당사자 본인이 입찰할 수도 있으므로 최저가에 입찰하는 건 늘 지양하는 편이다. 예측대로 두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낙찰받았다.
낙찰받은 뒤 미리 세워둔 전략대로 빈틈없이 움직였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하자를 만들어 낸 경매 신청자를 만나 ‘입찰방해죄’로 고소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하는가 하면, 가처분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추정되는 가처분권자를 몇 차례 만나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되면 앞으로 얼마나 피곤할 것인지를 설명해 주었다. 또 하나 필승의 카드로 상대방이 배당받을 금액에 가압류를 걸어두었다.
만약 가처분이 진실한 권리로 드러나 우리가 소유권을 빼앗기게 되면 이미 배당받아간 채권자들을 상대로 담보 책임을 물어 반환받아야 하는데, 배당이 돼 버리면 반환이 현저히 곤란해지니 가처분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배당금을 묶어 달라는 취지였다.
담당 재판부에서도 이례적인 신청이라 생각했는지 피보전권리를 명확히 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리기도 했으나 결국 배당금은 적시에 가압류됐다. 배당금 가압류가 카운터펀치가 돼 그 뒤 해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형사고소를 진행하지 않고 가압류를 해제해주는 대신 상대도 곧바로 가처분을 말소해주기로 합의를 보았다. 가처분 해결 후 곧바로 전세를 놓아 원금 이상을 회수했고 양도세 면제조건인 2년 보유가 지난 지금 수익은 1억원을 넘어선다. ‘경매브로커’들이 아무리 복잡하게 허위의 권리를 꾸며 놓아도 분명 어딘가에 허점은 남아 있다는 필자의 확신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사례다.
정춘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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