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를 '알파 개'로 부르는 중국 매체들

입력 2016-03-10 17:40  

(노경목 지식사회부 기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세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습니다. 한국만큼 바둑을 좋아하는 중국 역시 이 대결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중국 관영 CCTV도 대결이 끝난 직후 인터넷 뉴스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인류 대표선수 이세돌이 돌을 던졌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첫번째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기사를 송출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알파고의 표기 방식입니다. 알파고를 중국어로 음역하며 ‘아이법구(阿爾法狗)’라고 쓴 것입니다. 중국어로 발음해보면 ‘아이법’은 ‘아얼파’로 ‘alpha’를 음역한 것입니다. ‘구’는 ‘고우’로 발음되니 ‘go’를 음역한 것이죠.

개 구자는 영어의 ‘고(go)’ 발음을 음역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알파고라는 단어를 음역하면서 뜻이 요상해졌습니다. 바둑의 일본어 발음인 고를 영어로 써서 굳이 뜻을 나타내면 ‘바둑 최강자’라고 할만한 알파고가 중국어에서는 ‘알파 개’ 혹은 ‘최강 개’ 등으로 풀이되게 된 겁니다.

CCTV뿐이 아닙니다. 봉황위성, 텐진의 매일신보 등 많은 매체들이 이같이 알파고를 부르고 있습니다.

알파고의 중국어 표기가 이렇게 우스꽝스러워지면서 중국 네티즌도 비판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go의 의미는 ’나간다‘는 건데 우리는 개로 만들어 버렸다” “국영 방송사가 좋은 중국어 표기를 찾아야 한다. 바둑의 번역이 개가 되다니 만인이 웃을 일” “만약 다른 나라 국가원수 이름에 ‘go’가 들어가도 CCTV는 개로 음역을 할건가” 등입니다.

외국어를 중국어 한자로 표기할 때는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친숙한 글자이면서 가능한 부정적이지 않고 중립적인 의미여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중국어의 특성상 문장 이해의 혼란을 주지 않도록 가능한 동사를 피해야 합니다.

중국어 사전을 찾아보면 go를 음역할 ‘고우(gou)’ 발음이 나는 한자는 31에 이르지만 일반인들이 보고 바로 읽을 수 있을만한 한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31개 중 20여개는 일반 중국어 사전에는 등장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구(狗)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충분하다는 의미의 ‘구(?)’인데 이 글자는 중국어에서 ‘기준을 충족시키다’ ‘~에 닿다’는 동사로 쓰여 동사로 음역을 해서는 안된다는 기준에 위배됩니다.

결국 CCTV 등 중국매체들은 알파고를 비하하려는 의도보다는 중국 특유의 외국어 표기법 때문에 ‘알파 개’라고 부르는, 의도치 않은 비하를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을 피하려는 중국 매체들도 많습니다. ‘알파(阿爾法)’에 중국어 바둑을 뜻하는 ‘圍棋’를 붙여 ‘阿爾法圍棋’로 쓰는 등 ‘go’에 대한 음역 자체를 피하는 것입니다. 그냥 영어로 ‘alphago’라고 쓰기도 하구요.

하嗤?‘고’라는 발음을 어떻게 음역할지는 앞으로도 계속 과제로 남을 듯 합니다. 아무쪼록 중국인들이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했으면 합니다. (끝)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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