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최선의 값 두고 사람들 왈가왈부하는 것"
[ 김보영 기자 ] 10일 한국기원 인근 카페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2국을 지켜보던 프로바둑기사들이 바둑판을 펼쳐 놓고 수를 직접 놓아봤다. 고심하는 박지은 9단에게 알파고의 기풍(棋風)을 묻자 “아직 두 번째 보는 것이어서 기풍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며 “기풍이란 게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했다. 커제 9단은 “알파고의 기풍이 나와 닮았다”는 말도 했다. 알파고가 신수(新手)를 놓을 때마다 해설자들은 “변화무쌍하다”고 했다.
알파고에게 프로 기사처럼 기풍이나 스타일이 있을까.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그런 것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겸 KAIST 인공지능연구실 명예교수는 ‘차이니즈 타일(Chinese tile)’의 예를 들었다. 그는 “원숭이가 방 안에서 한자가 새겨진 타일을 무작위로 던지는데 바깥에 있던 사람이 보고 ‘멋진 시’라고 하는 것처럼, 알파고가 매 순간 내놓은 최선의 값을 두고 사람들이 왈가왈부한다”며 “기풍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9단은 “알파고가 사람들이 ‘악수(惡手)’라고 부르는 수도 선뜻 두는 걸 보면 신기하다”고도 했다. 알파고가 둔 ‘악수’는 정말 악수일까. 손영성 ETRI 책임연구원은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둔 사람이 없었을 뿐 ‘악수’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실제로 알파고가 악수를 남발했다면 이길 수 없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바둑은 오랜 역사를 지닌 게임이고, 바둑을 즐긴 인구도 숱하게 많지만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알파고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스타일도 없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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