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마이너스 금리, 과유불급의 교훈

입력 2016-03-10 17:54  

양적완화서 더 나간 마이너스 금리
은행 수익성 악화 등 부작용 속출
재정·통화 정책조합 균형 시행해야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바이러스는 무서운 전염력을 보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이어지더니, 역(逆)오일쇼크를 통해 중동 및 아프리카 산유국들에 타격을 주고, 이제 중국까지 전염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처방이다. 원래는 완화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잘 섞어서 치료해야 하는데 많은 국가가 과거에 국가부채를 방만하게 늘린 바람에 확대 재정정책이라는 좋은 처방은 실행하기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팽창적 통화정책이라는 단일 처방으로 위기라는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데 바이러스가 워낙 세기 때문에 백신 처방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양적 완화에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非)전통적 처방이 나왔는데, 문제는 이로 인해 통화부문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백신의 부작용도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적 완화정책은 금리가 제로(0) 수준이 돼도 계속 통화를 늘리는 정책이다. 이때 통화 발행은 주로 은행들이 보유한 다양한 채권을 중앙은행이 사들隔?채권대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실행된다. 은행들에 화폐가 공급되면서 은행들은 유동성이 풍부해져 상태가 양호해졌다. 문제는 이렇게 유동성을 공급받은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집행하기 시작하면서 부실대출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물론 은행들이 일단 적극적으로 대출을 집행해야 돈이 돌면서 경기가 부양된다. 그러나 경기 호전이 늦어지면 거꾸로 부실대출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훼손된다. 딜레마적 상황이 온 것이다. 이제 유럽을 중심으로 금융회사 주가는 폭락하고 또 한 번의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정책 처방도 문제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면 금리를 지급하지 않고 보관수수료를 떼는 정책이다.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지 말고 시중에 유통시키라는 강력한 신호다. 하지만 양적 완화로 인해 늘어난 엄청난 자금을 시중에 전량 유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금리 수준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예금이자와 대출이자는 대폭 낮아지고, 예대마진은 현저히 줄고 있으며, 은행 수익성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덴마크와 스웨덴은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집행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버블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통해 화폐 발행을 화끈하게(?) 늘리면 자국 통화가치가 낮아지면서 자국 기업의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만, 이는 주요 국가 간에 환율전쟁을 유발시키면서 국가 간 갈등은 고조되고 효과는 줄어든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 경제 내에서도 부실대출이 증가하고 있고 금융회사들이 중심이 돼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일각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양적 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시행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고, 그렇지 않아도 수익 기반이 취약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한 전통적 접근은 몰라도 비전통적 처방은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으로서는 매우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처방들이 금융회사에 타격을 주고 오히려 금융회사발(發) 위기 가능성을 고조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위기가 얼마나 크고 복잡한 양상을 지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또 이번 위기에 대한 대응과정을 보면서 위기 극복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그리고 각종 미시적 정책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적절하게 다변화되고 균형 있게 시행돼야 한다는 교훈도 얻게 된다. 바이러스가 워낙 센 상황에서 비전통적 통화정책까지 도입하면서 한 가지 백신을 가지고 병을 치료하다 보니 백신의 효능은 강해졌지만 부작용도 커져 버렸다. 이제 약효가 좋다고 함부로 사용하면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인체가 망가질 지경이 돼 버린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자꾸만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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