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주 묻지마 급등…알파고, 이것도 예측했니?

입력 2016-03-10 18:31   수정 2016-03-11 08:48

한국 증시만 강타한 인공지능주

국내외 관련주 뚜렷한 온도차…에이디칩스·디에스티로봇 강세
SNS에 미확인 정보 떠돌며 '과열'…미국 구글 지주사 알파벳은 주가 차분

"로봇관련 코스닥 상장사 대부분 기술 열악하고 실적 걸음마 단계"



[ 김익환 / 허란 기자 ] 구글의 인공지능(AI)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맹위를 떨치자 국내 ‘자천타천’ AI 관련주들이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AI 사업의 파급효과를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고 관련 종목의 보유 기술이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만큼 섣부른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일본 관련주는 ‘차분’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업체인 에이디칩스는 10일 코스닥시장에서 가격제한폭(29.82%)까지 오른 2460원에 마감했다. 디에스티로봇(17.2%) 우리기술(10.12%) 유진로봇(5.59%) 등 다른 코스닥 AI 관련주도 이날 강세를 나타냈다. 이들 종목은 AI를 장착할 수 있는 로봇을 생산하거나 AI 관련 기술을 보유한 종목으로 꼽힌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순매수세가 몰리면서 이날 급등했다. 유가증권시장 종목 가운데서는 산업·국방용 로봇 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테크윈이 6.14% 상승했다.

국내 AI주가 급등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해외 관련주들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66% 오른 725달러에 마감했다. 구글 AI에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을 공급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0.97% 내린 51달러에 마감했다. 일본 무인화 로봇업체 화낙은 10일 도쿄증시에서 전날보다 2.2% 오른 1만8830엔에 마감했다. 로봇 의족을 생산하는 일본 사이버다인도 2.32% 상승한 1985엔에 마쳤다.

증권업계는 국내 AI 관련주들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이날 AI 테마주를 소개하고 투자를 간접적으로 권유하는 사설 정보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장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기술주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모멘텀을 찾고 있던 주식들이 알파고를 재료로 세몰이를 하고 있지만 단기 급등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 수혜주 등장할까

코스닥시장 종목은 AI 관련 사업으로 성과를 내기까지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달리고 자금력도 약하기 때문이다. 특허청 로봇자동화심사과의 한 관계자는 “로봇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중소기업들이 있지만 보유 기술을 드론 및 무인자동차 등 다른 사업과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시장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 딥마인드 등 로봇 업체 네 곳을 사들이며 AI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알파고를 설계한 AI업체 딥마인드를 3억파운드(약 5120억원)에 인수할 만큼 塚美?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최고의 AI 관련 기술을 확보한 엔비디아 등은 ‘구글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재료가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내 코스닥 업체 가운데 구글에 납품할 만큼의 기술력을 확보한 종목은 없다는 평가다. 미국 연구진과 AI형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고영테크놀러지의 진정열 연구소장은 “국내 업체들은 연구 실적이 턱없이 부족하고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허란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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