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리크루팅에 대형버스를 대절한 까닭

입력 2016-03-11 17:26  


(공태윤 산업부 기자) 이랜드는 올 상반기 대졸 공채 리크루팅을 ‘취업학교’란 이름으로 진행했다. 인사담당자와 선배사원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자기소개서 첨삭과 이랜드 직무검사, 모의 면접 등의 취업컨설팅을 해 주는 형태다. 이른바 인사팀의 ‘단기 속성 취업과외’인 셈이다.

지난 7일 부산대를 시작으로 8일 전남대, 9일 충남대를 거쳐 10일에는 건국대에서 취업학교를 열었다. 11일에는 연세대에서 이 학교 출신의 전준수 CHO(인사총괄 상무)가 후배들에게 입사팁을 전해주고 12일에는 이랜드 가산사옥에서 채용설명회를 연다. 이랜드는 취업학교에 인사팀 8명, 3~4년 현직자 7명 등을 투입하면서 대형버스까지 대절했다.

10일 건국대서 열린 취업학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쉴틈없이 계속되었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취업준비생들 때문이다. 점심을 샌드위치 하나로 ‘떼웠다’는 안재희 이랜드 임원실 인사팀장을 만나 취업학교 도입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부산대,전남대,충남대 취업학교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참여했나

“3개 대학에 1000여명이 와서 취업컨설팅을 받았다. 인사팀이 직접 자기소개서 첨삭과 지원자가 가진 강점을 컨설팅 해주고, 직접 인사팀이 모의면접까지 진행했다. 건국대도 500명 가까이 몰렸고 12일 본사 채용설명회도 300명넘게 신청했다.”

▷취업학교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기업은 물건을 판매하는 것만 고객중심이어서는 안된다. 취업준비생도 우리의 고객이다. 채용관점에서 고객인 취준생을 돕고 싶었다. 굳이 이랜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업지원할때도 분명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랜드는 이번 채용부터 자소서 9개 항목을 4개로 줄였다.

“자소서 항목이 너무 많아 부담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원자의 부담을 줄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1차면접 대상자에게는 추가로 몇가지 항목을 더 물을 예정이다.”

▷성적란을 없앤것은 이랜드가 유일한 것 같다

“학점과 영어점수 기재란을 없앴다. 이랜드는 스펙으로 서류전형 필터링을 하지 않는데 많은 지원자들이 점수로 필터링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젠 스펙 필터링이 없다는 것을 믿을 것 같다. 이랜드는 지원자의 독특성을 보고 싶다. 입체적으로 지원자를 뽑고 싶지 스펙으로 재단하고 싶지 않다.”

이날 건국대 취업학교에 온 김미진씨(24)는 “컨설팅을 받고나니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자소서 작성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며 만족해 했다. 이랜드의 자소서는 지원동기, 경험, 리더십 등에 대해 묻는다. 안 팀장은 “자신의 비전과 꿈을 발견하고 자기정리가 잘 된 지원자들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강점과 비전을 위해 경험을 쌓아온 사람을 뽑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관점보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자소서를 쓰다보니 탈락하게 된다며 자신의 강점이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수 있을지?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소서의 지원동기를 묻는 이유는 뭔가

“이랜드에 대한 관심,비전,꿈을 보고 싶었다. 비전을 이룰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다. 꿈이 있는 사람은 생각과 습관 생활이 다르다. 복사한 자소서는 무조건 탈락이다. ‘이랜드와 꼭 함께 하고 싶다’ 등의 상투적인 표현도 식상하다. 구체적인 계획과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을 원한다. 그리고 왜 이랜드여야 하는지를 자소서를 통해 보고 싶다.”

▷인상싶은 경험을 묻기도 한다

“지원자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었다. 성공 성취 실패 등 인생의 큰 계기와 경험을 통해 지원자가 어떻게 난관을 대처했는지를 알고 싶다. 지원자의 고유한 차별화된 성공 실패 경험을 보고 싶은데 당연한 이야기를 쓴다. ‘수능을 잘 보고 원하는 대학에 갔다‘ 등 누구에게나 있는 경험은 차별화가 안된다.”

▷리더십을 묻는 이유는

“동아리 회장을 지냈다는 것보다 패션·유통 동아리를 만들어 우수동아리로 이끈 도전정신을 쓴 자소서, 거의 망한 동아리를 구사일생 시킨 자소서가 기억에 남는다. 이랜드는 경영자의 꿈을 지닌 이들을 모아 키우고 리더를 맡기고 있다.”

▷이랜드는 2014년 하반기 이랜드 직무적성검사를 처음 개발도입했다

“언어비평,수리비평,인재기초검사,인재유형검사,상황판단검사 등 5개 항목이 있다. 4월2일 일산 킨텍스에서 오전,오후 두차례 나눠본다. 지난해는 3500여명이 하루동안 응시했다. 시중의 문제집이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겠지만 시간 배분을 잘못해 과락을 맞는 지원자가 많다. 문제집으로 시간안배 연습을 했으면 한다. 언어-수리비평검사는 정답이 있지만, 나머지는 정답이 없다. 인재기초-유형검사는 일하는 방식과 업무성향을 통해 더 일잘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합숙면접 방식도 바뀌었다고 들었다

“전략기획,건설,시스템스 사업부는 여전히 설악 켄싱턴호텔서 1박2일 면접을 한다. 패션·유통사업부는 실무 현장면접을 본다. 조별로 그날그날 프로젝트 과제를 주는 방식이다. 지원자는 이랜드가 이런 회사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지를 점검해 볼수 있고, 회사도 적합한 지원자를 평가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랜드 지원자를 위한 한마디

“이랜드는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게 아니다. 영어,자격증 등 약점을 보완하기 보단 강점으로 일할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회사는 조직이기에 자신의 약점을 다른사람이 강점으로 보완할수 있기에 자신만의 강점을 최대한 회사에서 기여할수 있기를 바란다. 지원자들이 원래 자신의 성향보다 회사입사를 위해 회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꿔 자소서와 인성검사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한다.“

안 팀장은 인사담당자로서 지원자와 직원 한사람,한사람을 대하고 싶다며 그런 인사담당 경영자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끝)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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