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해고 쉽게… 랑스 좌파 '예스' 한국 '노'

입력 2016-03-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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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는 노동자 권익을 최우선시하는 사회당 좌파 정부다. 이런 좌파 정부가 ‘쉬운 해고’와 ‘법정 근로시간 연장’을 담은 노동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사회당에 투표했던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기업 즉 우파 편에 섰다고 난리다. 프랑스는 지금 노동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랑드 대통령이 ‘비상 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경제는 최악이다. 청년 실업률이 25%를 넘는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다. 전체 실업률도 최근 11%를 넘었다.

좌파 정부의 노동개혁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반대를 무릅쓰고 정치적 결단을 했다는 점이다. 사실 프랑스 경제 추락은 사회당 정부를 이끌고 있는 올랑드 대통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올랑드는 2012년 집권 후 혁신과 경쟁,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반(反)시장적 사회주의 정책을 많이 썼다. 75%의 고소득 세율을 추진했다가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는 추락했다. 다른 하나는, 사회당이 금기시하는 ‘쉬운 해고’와 ‘근로시간 연장’을 개혁의 핵심으로 내걸었다는 점이다.

‘쉬운 해고’는 경제 초보자들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해고를 쉽게 한다? 고용해도 모자랄 판에 해고를 쉽게 한다? ‘해고가 쉬워지면 가족 대부분이 실업자로 전락한다’는 선동에 노출된 학생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노동개혁 상황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우리 정부도 프랑스처럼 노동개혁에 나섰다.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탓이다. 청년 실업률이 9%대라고 하지만 구직 포기자 등을 포함한 실질 청년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 잠재성장률이 2%대 턱걸이이고, 수출도 감소세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못 내는 좀비기업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3000여개 중 3600여개에 이른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사업 부문을 팔거나 통합해야 하는 처지다. 위기 때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해야 또 다른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을 하기 위해선 노동 유연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업은 망해 가는데 인력을 그대로 두면 다 함께 죽자는 ‘폭포경제(waterfall economy)’를 피할 수 없다. 정년만 60세로 늘어났을 뿐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저성과자에 대한 고용계약 해지는 원천 봉쇄돼 있다. 프랑스 좌파 정부가 하는 개혁을 우리나라에선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대로 막혀버렸다.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제 근로자를 유연하게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으나 국회에서 묶여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서비스산업발전법도 1530여일째 계류돼 있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기업들이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지만 19대 국회는 응답이 없다. 4, 5, 7면에서 노동개혁법안 내용과 악화된 기업생태계를 들여다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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