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우승 목마른 'K골프 언니들'

입력 2016-03-16 18:25  

'똑순이' 유소연 우승 가뭄
장하나·전인지 등에게 밀려 올림픽 순번 6위로 떨어져

'권토중래' 나선 박희영 "샷 살아나 긴 침묵 깰 것"

지은희·김인경도 재기 별러



[ 이관우 기자 ] ‘똑순이’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은 야무지다. 뭐든지 말 그대로 똑 부러지게 잘한다. 대학생(연세대) 땐 공부를 억척스럽게 했고, 어린 시절 취미로 시작한 바이올린도 수준급이다. 직업인 골프도 그렇다.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통산 3승을 올려 상금으로만 544만달러를 벌었다.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요즘엔 허전함을 자주 느낀다. 오랜 ‘우승 가뭄’ 탓이다. 2014년 8월 캐나디언오픈에서 우승컵에 입맞춤한 지 벌써 2년째다.

데뷔 6년 만에 첫 승을 신고한 동갑내기 친구 최운정(26·볼빅)을 생각하면 ‘뭐 이 정도 가지고!’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래도 요즘 세계랭킹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어느새 후배 장하나(24·비씨카드), 양희영(27·PNS)이 올림픽 출전 후보그룹인 ‘코리안 빅4’로 비집고 올라온 것이다. 올림픽 순번 3위였던 그는 전인지(22·하이트진로)의 급부상으로 6위까지 밀려났다. 올림픽 출전 자격이 결정되는 7월 이전 우승컵이 절실한 이유다. 최근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퓰?미국)의 코치에게 스윙 교정을 받은 그는 “올림픽 출전도 중요하고, 선수로서 장기전을 대비해야 하는 만큼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K골프 왕언니들 “시간이 많지 않아”

우승이 필요한 건 LPGA 9년차 박희영(29·하나금융그룹)도 마찬가지다. 2013년 7월 매뉴라이프파이낸셜클래식 이후 챔피언 퍼트를 하지 못했다. 몇 달만 있으면 꽉 찬 서른이다. 올해 하나금융그룹과 2년 연장계약을 마친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박희영은 “비거리가 늘었고, 샷 감각도 최고조다.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번이나 예선 탈락했다.

유소연과 박희영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무관(無冠) 6년’을 보낸 김인경(28·한화)은 하루가 남다르다. 2012년 4월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겪은 30㎝ 퍼팅 실수의 악몽은 기억에서 지웠다. 기타 연주와 미술 감상으로 마음을 다잡으면서 골프가 어느덧 편해졌다. 그래도 우승 욕심은 숨길 수 없다. 올해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인 그는 “우승은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기회가 찾아온다면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인지·박성현 등 ‘샛별’ 넘어라

가장 속이 타는 이는 ‘K골프 왕언니’ 지은희(30·한화)다. 2009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화려하게 제패한 이후 긴 침묵에 빠져 있다. 지난해 10월 푸본타이완챔피언십 2위가 최고 성적. 박세리(37·하나금융그룹)가 올해 사실상 은퇴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그가 최연장자가 된다. 후배들을 다독이고 이끌어야 하는 만큼 실력으로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우승은 녹록지 않다. 신체 조건이나 샷 기술이 탁월한 10대와 20대 초반 선수들이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올해는 전인지에 이어 초청선수 박성현(23·넵스) 등 ‘쟁쟁한’ 후배들이 연이어 LPGA에 발을 디뎠다. 그는 “46세에 우승한 베스 대니얼을 생각하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셈”이라며 “조급해하지 않고 내 골프를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소연 박희영 지은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개막하는 LPGA JTBC파운더스컵에 출전한다. 김인경은 이 대회를 건너뛴 뒤 오는 24일 열리는 KIA클래식에 얼굴을 내밀 계획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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