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은 왜 새누리 공천 갈등의 뇌관이 됐나

입력 2016-03-17 09:03   수정 2016-03-17 09:17

(조수영 정치부 기자) 4·13 총선의 새누리당 공천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가장 큰 뇌관은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3선)의 공천여부입니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유 의원의 당 정체성 훼손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 의원의 측근그룹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대부분 공천에서 탈락한 상태입니다. 유 의원은 손발이 모두 잘린 채 공관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지요.

유 의원이 공천의 가장 뜨거운 인물로 떠오른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라는게 정설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어쩌다가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나게 됐을까요.

유 의원은 대표적인 ‘원조친박’(원박)입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문그룹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비서실장으로 중용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정책메시지 단장을 맡았을 정도로 핵심 참모로 활동하기도 했지요. 경선 결과에 대한 박근혜 당시 후보의 연설문을 작성한 것 역시 유 의원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말이라고 측근들은 전합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려고 하자 유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 당선 京커〉?두 사람의 사이는 계속해서 어긋납니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에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임명하자 유 의원은 “윤 대변인은 너무 극우인사”라며 “당장 자진사퇴하는게 맞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김용준 인수위원장에 대해서도 “무색무취하다”며 “인수위를 너무 친정체제로 끌고가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충언을 할 참모가 없게된다”고 지적했지요. 새누리당 소속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인수위 인사를 비판한 발언이었습니다. 독자들이 기억하시듯 이후 윤 대변인은 2013년 박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서 대사관 인턴을 성추행해 방미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유 의원의 직언은 계속됐습니다. 2014년 박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 방문 기간 동안 청와대가 ‘중국 경도론’에 대한 발언자료를 배포했다가 다시 거둬들인 소동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같은 해 10월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유 의원은 “이거 누가 하는 겁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아시듯 ‘얼라’는 아기, 애송이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입니다. 청와대 참모들을 지칭한 말로 청와대를 비롯한 친박계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지요.

두 사람의 사이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은 지난해 유 의원이 지난해 2월 원내대표로 취임하면서 입니다. 유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가 후원한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됐습니다. 이후 여러 정책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거침없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정부 정책을 겨냥해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고, 고고도미사일(THAAD·사드) 배치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및 국회법 개정을 두고 당·청 갈등이 폭발하게 됩니다. 박 대통령은 6월 국무회의에서 유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국민들이 심판해달라”고 밝혔고 결국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은 내려놓습니다.

유 의원은 퇴임사에서 “내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아직까지도 친박계와 청와대의 깊은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친박계 핵심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퇴임사가 가장 문제였다”며 “헌법 1조를 지키고 싶었다면 지금 정부가 독재국가란 말인가”라며 불쾌함을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는 유 의원 사퇴 이후 사석에서 만난 적도, 전화통화를 한적도 없다며 깊은 감정의 골을 드러냈습니다.

새누리당은 다시 돌고돌아 결국 유승민으로 돌아왔습니다.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각을 세운 발언은 이제 공관위에서 당의 정체성 훼손의 사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의 공천 여부는 총선을 28일 앞둔 16일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의 공천 여부를 두고 공관위와 최고위원회가 서로에게 결정 및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게임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친박계에서는 유 의원에 대해 “배신자”라고 비판합니다. 반면 친유승민계에서는 “박대통령이 충언과 직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한경플러스 독자님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끝)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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