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A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었다.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대상 수상팀이 낸 모델은 기대 속에 사내벤처로 출범했다. 그런데 1년이 못 가 사내벤처가 문을 닫았다. 담당 임원이 사사건건 간섭해서였다. 이후 아이디어 창의성 상상력 등은 이 회사에서 ‘금기어’가 되고 말았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파고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상상력의 바닥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신 있는 신사업이 없으니 중소기업은 보호와 지원 정책에, 대기업은 이익이 보장되는 면세점 특허권 등에만 목을 맨다. 신규 사업 투자는 뒤로한 채 배당을 늘리는 것으로 주총 시즌을 모면하기에 바쁘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교도소에서도 새 사업계획을 짠다”는 말은 옛 얘기가 됐다. 세계적 유행인 인공지능 스마트카 사물인터넷(IoT) 등에 대해서는 투자에도 인색하다.
기존사업만으론 위험 높아져
공유경제, 가상화폐 등 세계를 상대로 한 비즈니스는 생각해볼 엄두도 못 낸다. 늘 해오던 기존 사업에만 매달리는 경향까지 보인다. 휴대폰 1등 노키아, 필름 1 ?아그파가 하루아침에 망한 사례에서 보듯 기존 사업만 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 기업들이 상상력 기근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생산하거나 접하는 아이디어의 절대량 자체가 적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걸작을 창조할 확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대량으로 창출하는 것”(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모차르트는 35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600여곡을 작곡했고 베토벤은 평생 650곡, 바흐는 1000곡 이상을 작곡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도 20여년간 희곡 37편에다 소네트를 154편이나 썼다. 아인슈타인이 쓴 논문도 248편이나 된다. 아이디어가 많아야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거기서 히트상품도 나오는 것이다.
아이디어 절대량 부족이 문제
우리 기업의 경우는 아이디어를 접하거나 제공받는 통로가 너무 적다. 제품 개발 부서는 내부의 아이디어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청년 창업가나 벤처기업 등 외부 아이디어에는 관심도 없다. 아이디어는 그 자체 완결적인 것이 아니라 씨앗이요 기껏해야 싹일 뿐이어서 관심을 갖고 키워도 성장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히트 상품들이 사업 초기에 투자자들로부터 퇴짜를 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읽기에 너무 길다는 이유로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문전박대를 받았다. A기업의 사내벤처 실패 사례도 똑같은 맥락이다.
많은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널려 있다. 공모대회를 개최해도 좋고, 벤처기업이나 청년 창업 등을 후원하며 거기서 될성부른 싹을 찾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구글캠퍼스처럼 창업을 꿈꾸는 청년 湧?함께 모일 수 있는 곳을 제공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창업자들이 대기업을 만날 길은 봉쇄돼 있다.
대기업들이 2000년께 벤처붐 때 많은 곳에 투자했다가 재미를 못 본 탓도 있겠지만, 관료적인 회사원들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로는 나라 경제에도 미래가 없다. 떠도는 부동자금이 900조원을 넘은 현실이 우리가 얼마나 상상하지 않는 나라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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