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汎)삼성가 페이전쟁 점입가경…'삼성페이' 불허에 '신세계상품권' 차단

입력 2016-03-18 07:13   수정 2016-03-18 07:16


신세계가 삼성페이를 불허하자 삼성도 신세계상품권을 차단하는 등 범(汎) 삼성가에 속하는 두 그룹이 간편결제 사업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동안 쌓여왔던 앙금이 두 그룹 오너가 각각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기화로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 업장에서 신세계상품권 사용이 전면 차단됐다.

신세계가 자체 유통채널에서 삼성전자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자 삼성이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관측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호텔신라 등 삼성 계열사들과 신세계의 상품권 제휴가 지난 2일자로 종료됐다. 해당 삼성 계열사는 호텔신라, 신라스테이, 신라면세점, 에버랜드다.

여기에 역시 범 삼성가인 보광의 휘닉스파크도 같은 날 신세계 상품권 제휴를 끊었다. 신세계상품권을 삼성 계열 호텔·쇼핑·레저시설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상품권 홈페이지와 최근 발행한 상품권 뒷면의 사용처 명단에서 이들 업장을 삭제했다.

제휴 관계 단절을 모르고 에버랜드 등에서 신세계 상품권을 이용하려던 고객들만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이에 앞서 삼성은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인 신세계몰에서 삼성 임직원 전용몰을 철수했다.

삼성은 2010년부터 5년간 신세계몰을 임직원들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용몰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연장하지 않은 채 G마켓으로 전용몰을 옮겨버린 것이다.

모태가 같은 삼성과 신세계그룹의 관계가 이처럼 삐걱거리고 있는 것은 최근 유통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조선호텔 등 모든 신세계 계열사는 아직 삼성페이의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

신세계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의 확산에 주력하면서 경쟁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롯데와 현대백화점그룹은 삼성페이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이 자극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과 신세계는 작년부터 신세계 계열사의 삼성페이 결제 허용 문제를 협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모두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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