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란 증권부 기자) 요즘 미국에선 자신을 닮은 아바타(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처럼 사용되는 이미지)로 만든 이모티콘(emoticon)이 인기랍니다. 이모티콘은 감정(emotion)과 기호(icon)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그림말'로 불립니다. 얼굴을 볼 수 없는 온라인 대화에서는 글에 감정을 입혀주는 도구로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죠.
인기의 주인공은 비트모지(bitmoji)라는 애플리케이션. 이곳에서 자신의 모습과 유사한 캐릭터를 만들면 생일 축하, 아침 인사, 감사 인사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이모티콘을 자동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모티콘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을 닮은 아바타고요!
스마트폰에서 비트모지앱을 깔고 실제 나를 닮은 아바타를 만든 뒤 친구들에게 이모티콘을 날려봤습니다. 미국에서 만든 앱인데도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바로 공유가 되니 편하더군요. 식상했던 이모티콘 대신 아바타가 등장하니 직접 대화하는 느낌마저 들더라고요.
비트모지의 정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화의 주인공을 '나'로 한다는데 있습니다. 스마트폰 활자 뒤에 감춰진 감정을 드러내고, 자기만의 정체성을 입힌다는 것이죠. 비트모지를 만든 벤처회사 비트스트립스(Bitstrips)의 야곱 블랙스톡 대표(CEO)는 "역사적으로 인간의 의사소통의 99%는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면서 이뤄졌다"면서 "SNS 대화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나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기 비결은 또 있는 것 같습니다.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만들어놓은 게 아니라 사용자가 함께 만든 이모티콘이라는 점이죠. 이제 파는 것이 목적인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콘텐츠든 물건이든 생산자와 사용자의 경계가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다는 의미죠. SNS 같은 미디어의 역할도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도구적 개념에서 연결(관계)을 만드는 네트워크로 진화했습니다. 어찌 보면 관계의 주인공이 공급자가 만들어 놓은 이모티콘이 아니라 자기 자신(또는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이 돼야하는 건 순리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지배하던 프로도(개) 네오(고양이) 무지(토끼) 어피치(복숭아) 콘(악어) 등 카카오 프렌즈들이 비트모지 같은 개인 맞춤형 이모티콘에 자리를 내줘야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네요. (끝) /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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