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영어 절대평가, 수포자 양산 '풍선효과' 될까

입력 2016-03-21 16:34  

[ 김봉구 기자 ] 현재 고2가 응시하는 2018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뀐다. 예고된 일이다. 그런데도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서울대가 입시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지난 18일 ‘2017·2018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의 수능 영어 감점 규모를 확정한 게 눈에 띈다. 1등급 이내는 감점이 없으며 2등급부터 0.5점씩 차등 감점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100점 만점인 수능 영어를 0점 맞아 최하 등급인 9등급을 받아도 실제 감점은 4점에 불과하다. 서울대 지원자 수준을 감안하면 대부분 1등급 기준인 원점수 90점 이상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영어가 무력화되는 셈이다.

21일 학원가에 따르면 이처럼 영어가 변별력을 잃으면 수학의 비중과 난이도가 강화되는 ‘풍선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결국 국어·수학·탐구, 특히 수학의 영향력이 올라갈 것”이라며 “다수 동점자가 발생하는 입시 혼란을 막으려면 지원자간 변별력 확보를 위해 수학 난이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수능 3강의 한 축인 영어가 빠지면 국어·수학 의존도가 높아진다. 이들 과목에서 만점 가까운 점수를 못 받으면 정시 상위권 대학 합격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라며 “수험생들의 수능 국어·수학 시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시업체 관측대로 영어가 쉬워지는 대신 수학이 어려워질 경우 수포자(수학포기자)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나 공교육 현장에선 사교육 업체들이 주도하는 불안감 조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금수 EBS 전속교사(진로진학 담당)는 “영어 절대평가의 반작용으로 수학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쉬운 수능’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학별 고사의 변화 가능성은 있다. 대학들이 영어 절대평가에 대응해 논술에 영어지문을 도입하는 등 나름의 장치를 둘 수 있다. 한 서울 소재 대학 입학관계자는 “수능 변별력을 낮추면 뭘 보고 뽑아야 하느냐. 대학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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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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