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노조에 이사 자리 주겠다는 박원순 시장

입력 2016-03-21 18:06  

서울 지하철을 운영 중인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내년 1월 통합공사로 출범하면서 ‘노동 이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보도다. 두 공사 노조는 ‘2명의 노조원에 상임이사 자격을 주어 경영에 참여케 하는’ 소위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이달 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두 공사 노사가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다. 서울시가 지하철 공기업 통합이라는 큰 틀을 앞세워 슬쩍 끼워넣는 식으로 일을 추진했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 12월 양대 지하철 공기업 통합 계획 발표 당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노동조합의 동의를 구했다”며 후속조치로 노동이사제를 언급한 바 있다. 부채가 이미 4조6000억원이 넘은 두 공기업의 합병은 동의를 구할 일 자체가 아니었다.

노조의 경영 참여는 노조의 숙원 사업이겠지만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이제까지 도입하지 못했다. 이 제도는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를 전제로 하는데 원조격인 독일에서도 사실상 흔적만 남아있는 지난 시절의 제도다. 부작용도 크다. 독일의 주식회사는 이해당사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감독이사회와 경영자들이 이사로 있는 집행이사회의 이중구조로 돼 있다. 노조대표가 포함되는 감독이사회가 의사결정만 더디?하는 옥상옥으로 변질돼 경영에 큰 차질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것이 현실이다. 최근 폭스바겐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책임지는 주체도 분명찮은 게 독일식 경영구조다.

한국 노조는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기득권 논리와 대기업 정규직 우월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 공기업을 통합한다고 하면서, 경영 혁신에 걸림돌이 될 노동이사를 경영에 참여시킨다는 건 서울시의 저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노조의 경영참여는 자칫 기업 활동을 정치화하는 치명적인 제도적 함정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 자체가 기득권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공론화 과정도 부족한 노동이사제는 당장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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