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산부인과는 가장 어려운 진료과 중 하나입니다. 어머니와 아이를 동시에 진료해야 하는 데다 태아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산상 수상으로 임신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9회 아산의학상 임상의학부문 수상자인 로베르토 로메로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산의학연구소 교수(사진)는 지난 21일 수상기념 인터뷰에서 “임신 중 태아 시기는 평생 건강이 결정되는 중요한 때”라며 “미래 의학의 초점은 암 비만 당뇨 등 질병에서 임신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보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함께 다운증후군 검사 후 버려지는 양수로 조산 위험을 예측하는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며 “상용화되면 10분 만에 자궁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메로 교수는 아산의학상 첫 외국인 수상자다. 조산 위험도 예측법, 자궁외임신 진단법 등을 개발해 세계 임산부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 조산은 임신 37주 이전(정상분만은 37~41 ?에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조산하면 영아 사망률이 높아지고 태어난다 해도 눈이 멀거나 소리를 못 듣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 조산아 치료 등을 위해 쓰이는 의료비만 한 해 280억달러(약 32조3400억원) 규모다. 로메로 교수는 자궁 길이가 짧은 여성은 조산 위험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호르몬,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자궁외임신을 진단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임신부와 태아 사망률이 크게 줄었다.
로메로 교수는 연구 결과를 세계 의학자에게 전파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구 결과를 모두 국제학술지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그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이는 의학자로서의 소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의료진과의 인연은 1991년 윤보현 서울대병원 교수가 NIH 주산의학연구소에서 연수를 하며 시작됐다. 이후 로메로 교수는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원장 등 20여명의 한국 의과학자와 함께 300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 그는 “한국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발전한 나라”라며 “의학 지식, 도덕성, 열정 등을 갖춘 한국 의학자와 함께 연구하게 된 것은 영광”이라고 설명했다.
로메로 교수는 “삶의 의미를 돈이 아닌 스스로 느끼는 깊은 만족에서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며 “임신부에 대한 연구는 흥미있는 도전이고 발견이었으며 앞으로 조산의 면역학적 원인을 찾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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