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성과급 주는 미래에셋 등으로 '팀단위 이동'
실력 있는 파생운용 인력도 경쟁사의 집중 영입 대상
[ 좌동욱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3월22일 오후 4시48분
하나금융투자의 투자은행(IB), 리서치 부문 핵심 임직원이 줄줄이 경쟁사로 이직하고 있다. 다른 대형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핵심 인력들을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 투자금융실 소속 차·과장급 실무자 6명이 지난주 한꺼번에 회사를 그만뒀다. 기업이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기업을 인수할 때 일으키는 인수금융을 담당하는 실무자들로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이 경력직으로 이들을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초 하나금융투자의 최모 투자금융본부장과 신모 자산분석실장도 영입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경쟁사로 이직한 본사 소속 인력은 총 12명에 달한다. 전체 본사(338명) 인력의 4%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수금융과 리서치센터 실무진이 팀 단위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선 세일즈앤트레이딩 담당 임직원들이 1순위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수 정예로 활동하는 이 부서는 매년 하나금융투자 전체 순이익의 60% 이상을 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인력 이탈은 은행 계열 증권사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129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2009년 하나대투증권(리테일 조직)과 하나IB증권(IB조직)의 합병 법인이 출범한 이후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주 성과급을 확인한 임직원은 “성과에 걸맞은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종합금융증권, 현대증권 등 비은행그룹 계열 증권사들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세워 핵심 인력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고 있는 증권사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보수체계”라며 “은행의 보수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파격적인 성과급을 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교체된 것도 ‘인력 엑소더스’의 한 계기가 됐다. 하나금융투자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사장)로 선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질적인 조직을 통합한 뒤 최대 실적을 낸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09년까지 연간 2000억원을 웃돌았던 하나대투증권의 순이익은 2013년 158억원으로 추락했지만 2014년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증권사의 핵심 업무인 리스크관리도 은행 계열 금융회사의 특성상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 이랜드 등 신용 리스크가 있는 일부 대기업은 개별 프로젝트의 수익성에 관계없이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이다.
좌동욱/이태호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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