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현대카드와 공무원 노조

입력 2016-03-23 18:19  

현대카드는 성과급 격차 10배인데
전공노, 똑같이 나누자며 헌법소원

호봉제 폐지, 성과연봉제 도입해야
생산성·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아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여의도 국회 앞 현대카드 사옥은 2만원의 투어 비용을 내야 둘러볼 수 있는 명소다.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라는 평가에 사옥을 벤치마킹하려는 기업이 줄을 이어서다. 2만원은 자선단체에 기부해 결국 방문객에게 되돌려주지만 보다 열심히 사옥을 소개하겠다는 다짐에서 받는다고 한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사옥을 소개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어떤 곳은 벽에 낙서까지 할 수 있는 대학 강의실이고, 어떤 방은 방송국 스튜디오다. 점심 때 샐러드바는 오후에 카페로 변신하고 저녁에는 와인바가 된다. 한때 미식축구장처럼 꾸며져 직원들이 눕거나 엎드려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던 강당은 또 다른 변신을 위해 수리 중이다. 평범한 곳은 어디에고 없다.

직원 만족도는 당연히 여느 기업에 비해 높다. 그러나 직원들의 프라이드가 사옥에서만 나올 수는 없는 법이다. 다른 비결이 있다. 인사시스템이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직무그룹제라든가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사내 고용시장 제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완벽한 성과연봉제가 이들 자부심의 원천이다.

이 회사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건 2003년이다. 시기만 빨랐던 게 아니다. 제도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수준까지 진화해 있다. 성과연봉의 비중부터 그렇다. 일반 대기업은 총 연봉에서 차지하는 성과연봉 비중이 높아 봐야 15% 수준이지만 이 회사는 30%다. 직급이 높으면 35%다. 더 화끈한 건 성과급이다. 차이가 10배 넘게 난다. 최저성과자가 기본연봉의 9%를 성과연봉으로 지급받는 반면 최고성과자는 98%를 받으니 말이다. 임금 인상률 또한 성과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10년차 직원 간의 연봉 격차가 1억원이다. 연공서열은 없다. 승진한 뒤 2년이 지나면 승진풀에 자동 포함된다.

성과는 눈부시다. 6000억원의 적자 기업이 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안정적인 회사로 탈바꿈했다. 2%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은 지금 15%다. 어디 회사의 도약에 임금 체계 개편만 기여했겠는가. 그래도 회사 사람들은 성장에 결정적인 모티브였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나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국내 300인 이상 기업의 80%가 여전히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성과연봉제를 채택한 기업들도 연봉 격차가 거의 없으니 마찬가지다. 현대카드 따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성장이 뉴노멀이다. 경쟁 포인트가 달라졌다. 임금 체계 개편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이나 유럽만이 아니다. 일본을 연공서열형 호봉제의 나라로 여기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일본 기업 가운데 연령급과 근속급을 적용하는 비중은 평사원이 39%, 관리직이 18%에 불과하다는 게 지난해 조사 결과다. 결국 畸뭏?호봉제라는 전근대적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호봉제 폐지가 생산성 제고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데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다. 한국은 호봉제 탓에 신입사원과 30년차 근로자가 같은 업무를 해도 임금 격차가 3.1배나 된다. 독일 1.9배, 스웨덴 1.1배와는 대조적이다. 연령과 근속 연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연봉이 많으니 생산성이 높을 리 없다. 생산성이 높지 않은 고액연봉자들 탓에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 저성장 시대 청년 실업의 원인이다.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고 도입하는 임금피크제는 미봉책일 뿐이다.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임금 체계의 유연화가 가능하고 그게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연결될 수 있다.

노조는 반대 일색이다. 제조업체들은 물론이다. 금융권 노조와 공무원 노조도 자의적인 기준으로 임금을 차별하고 ‘쉬운 해고’를 도입하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임금을 깎는 게 아니라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보상받는 시스템이라는 설득은 쇠귀에 경 읽기다.

개인에게 차등 지급된 상여금을 다시 걷어 똑같이 나눠 갖는 공무원들이다. 정부가 이를 금지하자 공무원 노조는 어제 헌법재판소에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부 여당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고 벼르면서 말이다. 현대카드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