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대우조선, 손실 2조 축소"…딜로이트의 실토 '파문'

입력 2016-03-23 18:47  

대우에 재무제표 수정 요구


[ 이동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3월23일 오후 5시10분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2조원 규모의 손실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수주에 어려움을 겪거나 손실 축소 기간에 주식을 사들인 소액주주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는 등 큰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추정 영업손실 5조5000억원 가운데 약 2조원을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회사 측에 정정을 요구했다. 회사가 작성한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를 비롯해 감사과정에서도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안진은 자체 조사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2013~2014년 재무제표에 장기매출채권 충당금, 노르웨이 ‘송가프로젝트’ 손실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총공사비에 대한 예정원가 역시 과소 책정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누락한 비용과 손실충당금을 반영하면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 2014년 실적은 흑자에서 적자로 뒤바뀐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2013년 4242억원, 2014년 45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안진 측의 지적을 받아들여 조만간 과거 재무제표를 정정해 공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상당부분 2013년과 2014년으로 나눠 기재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과정에서 지난 22일 끝냈어야 하는 2015년 감사보고서 작성을 미루고 있다.

회사와 담당 회계법인이 과거 재무제표 수치 오류를 인정하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흑자’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 2년간 회계 조작
소액주주 손배소 잇따를 듯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측이 감사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선 것은 ‘정상참작’을 통해 금융당국의 징계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다. 감리를 통해 오류가 드러나기 전에 자진해서 잘못을 인정하면 금융당국이 부실감사에 대한 징계수위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2014년 4543억원의 흑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 취임한 정성립 사장이 이전 부실을 한꺼번에 회계장부에 반영하면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3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회계절벽’이 나타난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이 있을지 모른다고 보고 올초 회사와 회계법인에 淪?회계감리에 들어갔다. 안진은 2010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맡고 있으며 감사보고서에 매년 ‘적정’ 의견을 냈다.

이번 자진 정정이 감리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비슷한 사례에 비춰볼 때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드러나면 회사는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제재를 받고 전 경영진 등 관련자들은 검찰에 고발될 가능성이 높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리 착수와 동시에 오류를 인정한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한 오류였다는 방증”이라며 “고의성이 없더라도 오류의 규모가 상당한 만큼 회사와 회계법인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제표 정정과 동시에 회사에 대한 줄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최고 3만8000원에서 움직였던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업황 악화와 회계절벽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 23일 현재 5400원까지 폭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2조원의 부실이 제때 반영됐다면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논리로 회사에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를 잃은 만큼 대우조선해양이 향후 글로벌 선사들로부터 선박을 수주하는 데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발주하는 글로벌 선사들이나 정부는 재무제표 조작에 민감하다”며 “가뜩이나 수주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감사 부실 문제까지 겹치면 경영정상화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잔여 수주 물량은 약 1년6개월치다. 신규 수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도크가 비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릴 것으?조선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을 감리하면서 수주산업에 전반적인 문제가 드러나면 다른 업체에까지 감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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