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매매가 10억 안팎
[ 조성근 기자 ] 골목 상권은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즐기거나 개성 있는 가게를 찾는 젊은 층에 인기다. 그 중에서도 도심과 가깝고 남산과 이어지는 경리단길은 골목 상권의 대표 주자다. 경리단길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남산 하얏트호텔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이다.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명칭인 육군중앙경리단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엔 경리단길의 윗길인 회나무길까지 신흥 상권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수제 맥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맛집이 입점해 개성과 맛으로 승부를 벌이고 있다.
경리단길이나 회나무길에서 상가 점포를 마련하려면 평균 13억6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부동산프랜차이즈 센추리21코리아가 2010년부터 매매된 96건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다.
경리단길의 평균 매매가격은 15억2000만원, 회나무길은 8억9000만원이다. 3.3㎡당 매매가격을 보면 경리단길은 3700만원, 회나무길은 2100만원이다.
골목 상권 특성상 메인 도로변과 이면 도로변의 가격 차이가 컸다. 경리단길 메인 도로변 매매가격은 평균 24억원으로, 이면 도로 평균 매매가격(11억원)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3.3㎡당 가격도 이면 도로는 2800만원으로, 메인 도로 4600만원의 60%에 불과했다. 회나무길 역시 메인 도로는 9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면 도로는 7억7000만원에 그쳤다.
골목 상권은 대부분 노후 주택 밀집지역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다. 메인 도로는 그나마 차량 진입이 가능해 상권이 발달한다. 이면 도로는 차량이 다니기 어렵고, 신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96건의 거래 중 33%는 1970년대 이전에 준공된 주택이고, 그 중 4건은 1930~1950년대 지어진 건물이다.
골목 상권의 특징 중 또 하나는 건물이 작다는 점이다. 경리단길에서 거래된 점포의 대지면적은 평균 161㎡, 건축면적은 80㎡에 불과했다. 회나무길은 경리단길보다 규모가 더 작다. 대지면적은 115㎡, 건축면적은 64㎡에 불과했다. 투자자에겐 투자금액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임대면적도 작아 수익률 개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신축을 통한 자산 가치 상승에도 한계가 있다. 골목 상권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공급이 한정적이고, 골목 상권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은 개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96건 중 5건(5.2%)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인이 구입했다. 매매가는 절반 이상인 49건이 10억원 미만이었다. 10억원대는 27.2%였다. 20억~30억원대는 16.3%, 50억원 이상은 3.3%였다.
또한 구매자의 65.6%는 대출을 받았다. 34.4%는 100% 자기자본으로 구입했다. 대출을 받은 경우 평균 매매가는 15억9000만원이었고 대출 비중(채권최고액 120% 설정)은 매매가의 43%였다. 대출이 없는 경우 매매가는 9억6000만원이었다.
매매가는 2014년이 정점이었다. 메인 도로 기준으로 경리단길은 2014년 3.3㎡당 5100만원을 기록했지만 2015년에는 4300만원으로 하락했다. 경리단길에 비해 뒤늦게 바람이 불었던 회나무길은 2014년 3.3㎡당 2900만원에서 2015년 4800만원으로 올랐다가 올해 거래된 두 건은 평균 2600만원을 나타냈다.
김혜현 센추리21코리아 전략기획실장은 “입지나 건물 상태 등에 따라 매매가격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지만 상권이 더 확장되기 어려워 매매가 상승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골목 상권 이용자 특성에 맞는 특색과 개성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부동산값의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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