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총' 주주권리 또 '모르쇠'…사조그룹·풀무원 등 배당 미실시·과다겸임 '수두룩'

입력 2016-03-24 16:42  

[ 이민하 기자 ]
일부 상장사들이 여전히 주주권익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 중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주주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상장사들도 있다.

24일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슈퍼 주총데이'인 25일과 다음 주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913개 상장사다. 대신연구소는 이 중 218개사에 대한 주총 의안을 분석, 사조그룹 계열사와 풀무원 서울옥션 우리산업 신송홀딩스 등을 관심기업으로 선정했다.

사조그룹은 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산업·사조씨푸드·사조해표 등 5개 계열사의 주총을 같은 날에 연다.

사조씨푸드의 경우 최근 5년 간의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 번도 주주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올해 주총에도 배당 계획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사조산업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도를 기존 2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각각 확대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앞으로 CB와 BW 발행 여부에 따라 주가 희석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사조오양과 사조씨푸드는 사내이사의 과다 겸임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조오양의 사내이사들은 총 15개사의 이사직을, 사조씨푸若?8개사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풀무원의 박종원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고려대학교 교수)은 18년째 이사직을 맡고 있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외이사가 장기 재임하면서 독립적 임무 수행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

풀무원은 또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를 이유로 사내이사의 자격 요건을 제한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이 통과하면 사내이사는 지주사와 종속사의 주요 보직자로 대상이 한정된다. 외부인사 선임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원익IPS와 아이센스 이엠텍 등도 회사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주주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

원익IPS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16억원 늘어난 505억원을 기록했다. 아이센스와 이엠텍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1억원, 20억원 늘어난 166억원, 1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정관 변경을 통해 주주권익 침해가 우려되는 상장사들도 있다. 제주항공과 휴비츠는 주총 승인 사항인 재무제표 등을 이사회 승인 사항으로 변경하려고 한다. 재무제표가 이사회 승인 사항인 경우, 이익잉여금처분 계산서(배당) 결정권 역시 이사회 승인만으로 결정될 수 있다. 이익배당에 대한 주주 결정권이 상대적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KISCO홀딩스와 한국철강은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하는 안건을 올려놨다. 짧은 임기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상신브레이크와 서울옥션은 이사회의 보수한도를 배 이상 증액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상신브레이크는 이사회 규모가 기존과 동일하지만 보수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6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옥션은 사내이사 규모가 줄었지만 보수 한도는 오히려 2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증액한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 연구위원은 "주주친화정책 분위기로 많은 상장사들이 주주 권익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상장사들의 경우는 오히려 주주 권익 측면에서 뒷걸음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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