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기자는 최근 지인과 함께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에 갔다가 당황스런 일을 겪었습니다. 평소 사용하던 삼성페이를 이용해 카드결제를 하려고 휴대폰을 내밀었다가 “삼성페이로 결제 안됩니다”란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삼성페이는 삼성이 갤럭시노트5부터 탑재한 ‘간편결제시스템’인데요. 휴대폰 속 삼성페이 애플리케이션에 저장한 카드 정보로 결제할 수 있단 장점이 있죠. 기존에 카드 결제가 되는 곳이라면 다른 추가 장치도 필요 없어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지갑은 가방에 넣어두고 휴대폰을 몇 번 만지는 것으로 카드결제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 이 날 지갑을 집에 두고 휴대폰만 든 채 지인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결제 불가’ 통보에 지인이 대신 커피값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타벅스 직원은 “저희는 신세계 계열이라서 안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페이는 광고 문구에서 ‘상상보다 놀랍게, 무엇이든 마음껏’이라고 적었는데요. 하지만 신세계 계열인 스타벅스에선 삼성페이로 왜 ‘무엇이든 마음껏’ 할 수 없는 걸까요?
삼성과 신세계가 ‘간편결제서비스’ 시장을 놓고 격돌을 構?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조선호텔 등 모든 신세계 계열사에선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신세계가 자체 간편 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의 확산에 주력하면서 경쟁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삼성은 최근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 업장에서 신세계상품권 사용을 전면 차단했습니다. 겉으론 삼성과 신세계가 서로 치고 받으며 싸우는 형국입니다.
당사자들은 서로 견제하는 것이 아닌 수수료 문제로 협의중이란 입장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페이나 신세계 상품권을 쓰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은 양측의 수수료 문제나 갈등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물건을 사면서 삼성페이 같은 간편결제시스템을 편하게 쓰고 싶어 할 뿐입니다.
삼성과 신세계는 소비자가 삼성페이와 SSG페이를 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링 위에 올라 싸워야 합니다. 삼성페이와 SSG페이가 치열하게 싸울 때 전체 시장은 커지는 것이지요. 음식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치열하게 경쟁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 배달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이사는 홈페이지 CEO 메시지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고객의 마음 가운데에 자리매김하는 좋은 브랜드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행동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삼성페이 역시 ‘무엇이든 마음껏’ 이란 문구를 내세우려면 ‘삼성의 마음껏’ 인지 ‘소비자의 마 쉿?rsquo;인지 분명히 정해야 할 것입니다. 삼성과 신세계가 더 이상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끝)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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